'전쟁 설계자'마저 참수 당했다…"다음 표적 누구" 공포 덮친 이란

한지혜 2026. 3. 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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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의 사망 이후 이란 지도부 내에서 공포심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권력 공백에 대한 불안이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스라엘의 공습과 이에 맞서는 이란의 공세가 걸프 지역 전반에서 3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 겸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니. EPA=연합뉴스


이란 SNSC는 18일(현지시간)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들, 경호 인력 등과 함께 숨졌다고 확인했다. 미국과의 핵 협상에 참여하고 국회의장 등을 거친 라리자니는 군과 정치권은 물론 강경파와 실용파를 잇는 중재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CNN은 “그의 죽음이 협상 채널을 약화시켜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영국 가디언도 “라리자니 제거가 하메네이 사망보다 더 큰 실질적 손실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정부는 즉각 “가혹한 복수”를 선언했지만, 강경한 메시지와 달리 내부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발표 직후 이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다음 표적이냐”는 공포가 확산됐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소식을 듣고 몸이 떨렸다”며 이들이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는 전화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경호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최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표적이 되면서, 이스라엘이 멈추지 않을 거란 인식이 퍼진 탓이다.

차준홍 기자

실제 라리자니 피살 하루 전에는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수석 부통령이 폭격을 가까스로 피했다고 한다. 여기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하부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의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총사령관까지 사망하며, 외부 전쟁을 지휘하는 축과 내부 통제를 담당하는 조직 모두 타격을 입었다는 충격이 겹쳤다.

이란 당국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이란 정부는 시민들에게 “온라인에 전쟁이나 시위와 관련한 내용을 올리면 처벌한다”는 등의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고, 검문·가택수색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람들이 당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연설에 반응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다만 이스라엘의 ‘이란 지도부 참수’ 전략이 결정적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지도부 제거가 큰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대체자가 계속 나오는 이란 체제 특성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추적할 것이고, 찾아낼 것이며 무력화(neutralize)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중심부 바슈라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건물이 붕괴된 후 구조대원들이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17일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미사일 기지에 5000파운드급 지하관통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18일엔 이란의 대표적인 에너지 시설인 아살루예 가스 정제시설을 미사일로 폭격했다. 이 시설은 세계 최대의 해상 가스전 중 하나인 사우스파르스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받아 정제·가공하는 곳이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에 대해 보복하겠다”며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을 표적 공습해 암살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산하 전황 평가 회의에서 “밤사이 감행된 테헤란 공습으로 하티브 장관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하티브 장관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어 “오늘 추가적인 중대 기습이 있을 것”이라며 “모든 전선에서 이란 및 레바논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쟁의 수위를 높일 중대한 서프라이즈(놀랄 만한 상황)가 예고돼 있다”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자신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군에 별도의 추가 승인 절차 없이 이란의 어떤 고위 인사라도 즉각 제거할 수 있는 전권을 공식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유월절(유대교 명절) 기간을 포함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과 친이란 세력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은 텔아비브 인근을 포함한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과 집속탄 공격을 했고, 이스라엘인 2명이 숨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드론과 로켓 공격 받은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본부 외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전장은 걸프와 레바논, 이라크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바레인은 전쟁 발발 이후 미사일 129발과 드론 233대 등 총 362개 표적을 요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새벽 시간대 연쇄 폭발음이 들렸지만, 방공망이 이를 요격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이란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드론은 약 3000기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UAE를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외교단지로 접근하던 드론과 탄도미사일 등을 잇달아 격추했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미 대사관과 공항 인근에서 로켓·드론 요격이 이어졌다.

특히 레바논의 피해가 크다. 이스라엘은 17일 밤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에만 네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특히 주카크 알블라트와 바스타 등 인구 밀집 주거지역의 아파트를 겨냥한 탓에 도심 전반에 피해가 확산됐다. 동부 베카밸리 사흐마르에서는 주택 4채가 공격받아 최소 4명이 사망했고, 남부 나바티예에서는 민방위대원 11명이 부상했다.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누적 사망자만 최소 912명이다. 피란민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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