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죽음... 1년 새 두 명의 '뚜안'이 떠났다

박희은 2026. 3. 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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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왔다]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죽음, 강제단속 정책은 여전히 진행형

[박희은]

10일 경기도 이천 자갈공장에서 23살 베트남 노동자 응웬 반 뚜안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작년 10월 28일 APEC 빌미로 진행된 정부 합동단속 과정에서 3층 높이에 숨어 있다가 추락사한 또 다른 베트남 노동자 이름과 발음이 똑같다. 계속되는 죽음에 처참한 마음이다.

이천에서 사망한 뚜안의 대응 활동도 함께 하고 있는데, 작년에 숨진 유학생이자 이주노동자 뚜안씨의 싸움 역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다.

지난 2월 13일 근로복지공단에서 이주노동자 뚜안 사망을 산재로 승인했다. 정부 합동단속 과정에서 사망한지 108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 2025년 12월 31일 법무부는 유족 및 대책위와 면담을 진행했고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며 단속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 강제단속 방식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유학생으로 입국한 뚜안씨는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뚜안씨가 소지한 구직 비자는 임금을 받는 사업장에 취업할 수 없다.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인턴 활동이나 구직을 위한 면접, 채용 설명회 등에 참석할 수 있을 뿐이다.

먹고살아야 했고,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비도 마련해야 했다. 뚜안씨는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A 제조업 사업장에 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 취업했다. 일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출입국 단속반이 덮쳤고, 3시간에 걸쳐 단속이 진행됐다. 취업할 수 없는 비자를 소지한 뚜안씨도 단속 대상이었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 옴짝달싹 못 하고 숨어 있던 뚜안씨는 "너무 무서워, 숨을 쉴 수가 없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2025년 12월 5일, 뚜안 사망 40일이 되도록 사과 없는 정부를 규탄하며,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 차별철폐네트워크 등은 대통령실 앞 농성에 돌입했다
ⓒ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도주 지시 여부가 산재 인정 요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사업주는 취업 시 미등록 이주노동자임을 인지한 상태일 것, 단속 시 적극적으로 도망가라고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일 것, 그리고 도주와 사고 발생 관련 일련의 행위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책임이 미치는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단속 시 적극적으로 도망가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원청은 인력업체에 떠넘기고, 인력업체는 지시한 적이 없다며, 정부 합동단속은 사업주 권한 밖이라 주장한다. 그동안 출입국의 강제 단속으로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심각하게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하여 제대로 치료받거나, 유족에게 보상이 지급된 사례는 얼마나 될까? 현실에서 이같은 사례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뚜안은 불법파견 형태로 인력업체를 통해 A 사업장에 고용되었다. 사업장 내에서 업무 지시에 따라 일을 수행했다. 그렇게 일하던 사업장에서 정부의 합동 출입국 단속이 발생했다. 출입국 단속반의 사업장 내 출입을 허가한 것도 사업주이고, 명단을 넘긴 것도 원청이다. 적극적인 도주의 지시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이 죽음의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비자가 있든 없든, 한국 국적이든 아니든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근무 중 추락 사망했다. 출입국 단속반원이 근무 중인 노동자를 향해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들이닥쳤고, 그 결과 사람이 죽었다. 이것이 사실관계이다. 이번 산재 승인 과정에서도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여러 차례 항의해야 했다. 노동부는 이 형편없고 차별적인 업무처리요령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기본엔 사람이 존재해야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이 같은 재해는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5년 내 50%로 감축하겠다며 상시적 단속 체계가 시작됐고, 2026년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도 단속은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출입국 당국이 실적·할당량 중심으로 단속을 운영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출입국 단속반은 사업장뿐만 아니라 종교시설, 국가별 공동체 행사, 결혼식 피로연, 시장, 식당, 버스터미널, 길거리 등을 불문하고 무차별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 보호를 위한 절차는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고, 토끼몰이 식 폭력 단속을 정당화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사람이다. 할당량으로, 목표치로 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단속 방식과 계획이 과연 정부가 세울 수 있는 정책인가? 적법한 절차,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뚜안씨의 산재 승인까지,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더는 이런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모두 싸워 왔다. 하지만 여전히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강제단속 정책은 폐기되지 않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 뚜안씨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며 "안전과 인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단속 관련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일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인권침해 재발을 방지하고 권리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9일부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으로 '이민자 권익보호 TF'를 신설·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박희은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으로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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