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웃는 사람들... 진짜 무서운 게 오는지 모르고
"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 <기자말>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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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습으로 파괴된 테헤란 도심의 건물들 |
| ⓒ AFP / 연합뉴스 |
한국에서는 이 참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디어오늘>이 빅카인즈(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를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폭격 당시 증시에 대한 기사가 피해 보도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소리 높여 많은 이들이 전쟁과 공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렌즈는 코스피와 증시, 기름값에 한정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스피 지수와 기름값으로만 전쟁을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전쟁의 비극에 대해 말하는 것은 때로 매우 무력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 모든 일에 모종의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커왔던 한국의 풍요가 이 전쟁의 원인이자, 전쟁으로 치달을 화석연료 위에서 세워졌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탓이다. 이제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전쟁에 웃는 사람들
인류가 화석연료와 짙은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화석연료는 각종 분쟁과 전쟁의 씨앗이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루마니아와 러시아 바쿠는 유전 지대라는 이유로 전쟁터가 되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또한 석유 거래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려 했던 후세인 정부의 결정과 관련이 있다. 이 모든 사실을 보고 있자면 석유와 관련된 유명한 격언 중 하나인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의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석유 한 방울을 위해서라면 피 한 방울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로 바꾸어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공습 또한 화석연료를 빼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동은 현재 전 세계의 석유 매장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세계 2위의 가스 생산지이다. 특히,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가장 핵심적인 통로로 기능한다. 이러한 지정학적 배경 위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고, 원유 교환에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나 현물 교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을 제한하는 일은 미국의 달러 중심의 경제 패권을 유지하는 일과 연결된다. 이때, 산유국이라는 강점은 공습과 전쟁의 상황에서 가장 치명적인 표적으로 변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과 8일경 이란의 대형 석유 시설을 폭격하였고, 이에 맞서 이란은 주변 친미 동맹국들의 가스와 석유 시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기에, 덩달아 유가도 널뛰고 있다.
그러나 폭격의 현장에서 다소 먼 곳에선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를 예로 들면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2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공습 직후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도 전, 1800원대로 치솟은 기름값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중동 전쟁 테마주"라는 이름의 리스트가 언론과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었던 사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군가는 발 빠르게 이 테마주에 올라탔고, 큰 이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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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3학년의 입시전쟁을 끝내고 바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
| ⓒ elements.envato |
지금의 사태를 추동한 원인이자 결과인 화석연료가 낳는 또 다른 부작용은 기후위기이다. 특히 한국은 화석연료 중심으로 편재된 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풍요를 누리는 국가이며, 절반 이상의 발전량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여 생산하고 있다. 내일이 없는 듯 마구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후위기는 모든 분야의 자원을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 기후 이재민, 기후 난민 등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의 비자발적 이주와 식량 위기, 각종 분쟁은 이미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다.
전쟁 또한 기후위기를 심화한다. 일부 지역에서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른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과 미국 등 강대국과 탈레반의 마찰 사이에서 수십 년을 고통받아 왔다. 80년대 폭격으로 숲의 80%가 소실되고, 가뭄과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으로 23년 기준 74만 명이 넘는 아동이 집을 잃었다. 기후위기가 전쟁을 부추기고, 전쟁이 기후위기를 다시 부추기는 악순환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욱 뜨거워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은 오늘날 단 한 번도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다. 지금 우리가 화석연료 시스템을 유지하며 먼 나라의 전쟁에 기여한다면, 내일의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나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나는 청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이들이 화석연료와 전쟁, 그리고 기후위기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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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의 한 화력발전소 모습 |
| ⓒ 이희훈 |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위협을 앞당기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근히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은 돈과 관련될 수밖에 없기에, 공적인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의 계획도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10조가 넘는 예산을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정유사나 주유소가 손해를 볼 때 세금으로 손해를 메꿔주는 나라이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공적 자금의 사용 원칙에서도 화석연료와 천천히 이별해야 한다면, 온실가스 고배출 국가사업을 중단하거나 개선하고 시민의 삶, 그리고 기후 대응을 위한 기금 투자를 활성화하는 시도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화석연료가 존재하는 한, 이 세상에서 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의 평화는 코스피와 기름값이 아니라, 공공의 자원이 시민의 삶과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사용되도록 우리가 어떤 에너지 시스템을 지지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중동에 평화가 닿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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