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관우·여포 태운 적토마는 무슨 생각 했을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말이 인류에 의해 길들여진 시기는 기원전 3500년께로 추정된다.
인간에게 가축화된 뒤 말은 과연 행복했을까.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전설적인 말로, 동탁이 여포를 휘하에 두기 위해 내주고 이후 조조도 관우를 품기 위해 하사했던 말이다.
극은 말이 가축화된 뒤 전쟁용으로 길러졌다는 설명으로 시작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이 바라본 세상…역동적 군무 활력
말이 인류에 의해 길들여진 시기는 기원전 3500년께로 추정된다. 인간에게 가축화된 뒤 말은 과연 행복했을까.
소설가 김훈이 2020년 출간한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소설은 인간의 전장을 누비는 군마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에는 나하라는 큰 강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초와 단, 두 나라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단나라 장수 황의 군마 '야백'과 초나라 왕 표의 군마 '토하'다.
토하와 야백은 인간에 의해 적으로 만난 운명을 거부한다. 토하는 야백의 새끼를 배지만 전쟁 속에서 유산의 아픔을 겪는다. 약육강식의 인간 세계에 환멸을 느낀 두 말은 결국 이웃 나라 월로 함께 도주한다. 김훈은 "말이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문명과 야만을 말이 감당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SH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적토' 역시 인간의 전장을 누비는 군마의 이야기다. 다만 야백, 토하와 달리 스스로 군마의 삶을 선택하는 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작품의 주인공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명마 '적토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전설적인 말로, 동탁이 여포를 휘하에 두기 위해 내주고 이후 조조도 관우를 품기 위해 하사했던 말이다. 뮤지컬 적토는 이러한 삼국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극은 말이 가축화된 뒤 전쟁용으로 길러졌다는 설명으로 시작된다. "말은 인간이 길들인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며, 그래서 인간은 말 위에 올라타 무기를 들었다."
붉은 깃털을 지닌 적토마 두 마리가 같은 날 태어난다. 한 마리는 명마의 자질을 갖췄다 하여 '호랑이 호'를 붙인 호적토라는 이름을 얻고,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다른 한 마리는 '토끼 토'를 써서 토적토라 불린다. 호적토 앞에는 군마로서 화려한 삶이 펼쳐지지만, 토적토는 아버지를 따라 밭을 가는 처지에 놓인다. 토적토는 호적토처럼 화려한 군마의 삶을 꿈꾼다.
동탁이 여포를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토마를 내주기로 하면서 토적토의 운명은 바뀐다. 동탁이 여포가 기대했던 호적토 대신 토적토를 내준 것이다. 여포는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동탁에게 저항할 수 없어 토적토와 함께 전장을 누빈다.

꿈에 그리던 군마가 된 토적토는 끊임없이 노력하며 점차 군마로서의 자질을 갖춰 간다. 마침내 여포가 동탁을 배신하는 순간, 토적토도 호적토를 물리치고 진정한 명마로 거듭난다.
극 속 토적토의 삶은 삼국지 속 적토마의 운명을 따라간다. 여포가 죽은 뒤 토적토는 조조를 거쳐 관우와 함께 전장을 누빈다. 그러나 관우의 죽음을 겪은 뒤 군마로서의 삶에 허무함을 느끼고, 결국 아버지가 있는 마구간으로 돌아와 고삐와 안장을 내려놓는다.
적토마의 시선으로 익숙한 삼국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토적토가 꿈을 좇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모습과 화려한 삶만을 좇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뒤늦게 돌아보는 장면은 우리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토적토의 시선으로 바라본 삼국지의 영웅 서사는 의리와 배신 등 인간 세계의 단면을 비춘다.
창작 초연인 만큼 다듬어야 할 부분도 눈에 띈다. 말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다소 어색하면서도 한편으로 적지않은 웃음을 유발한다. 군마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군무는 무대의 활력을 더한다.
18회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뮤지컬 적토는 오는 29일까지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직 안 죽었어?" 70차례 폭행당한 택시기사 의식불명
- 다주택자들 '버틴다'던 황현희 "부동산 시장 안정 바란다"
- "돈은 남자가 벌어야지" 여성 83%가 동의…30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이 나라'
- "역대급 불장에 수십억 벌었어요"…사장보다 많이 받은 증권사 직원들
- '부자아빠' 기요사키 "버블 붕괴 전 비트코인 최대한 매수해야…75만달러 간다"
- "베란다에서 삼겹살이 왜 민폐인가요?"…SNS에 누리꾼 '갑론을박' 이어져
- "성과급 1인당 4.5억 받아야" 요구에 삼성전자 발칵…"왜 너희만" 부글부글
- 김장훈 "차마 거절 못해 수술비 감당…그 뒤로 날 아빠라 부르는 존재 생겼다"
- "연 1.7%면 무조건 빌려서 투자?" 학자금 대출로 '빚투'하는 대학생들
- 물가 600% 치솟았는데 월급은 몇 년째 그대로…분노한 베네수엘라 국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