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바라보는 영산강...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
이돈삼 2026. 3. 18. 08:27
굴곡진 삶을 시와 에세이 형식 버무린 자전적 소설 <영산강 칸타타> 펴낸 문순태 소설가
<영산강 칸타타>(2026년 2월 출간)는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 커피와 함께해 온 시간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이다. 영산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저자의 80여 년 굴곡진 인생을 압축하고 있다. 작가의 삶과 기억, 시대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다.
작가는 다형 김현승으로부터 커피 사랑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그 오묘한 향기에 흠씬 젖어 살고 있다고 했다. 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김현승 시인은 커피로 원초적인 고독을 이겨냈다. 커피를 내려 마실 때마다 작가가 시인에 대한 그리움에 젖는 이유다.
<영산강 칸타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장르의 경계를 허문 형식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삶을 시와 에세이, 소설 형식을 자유롭게 버무린 장르 파괴 자전적 소설이다.
[이돈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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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산강변 가을날 풍경. 문순태 작가가 날마다 바라보고 거닐면서 무한한 생명의 환희를 느낀다는 강이다. |
| ⓒ 이돈삼 |
'강에서는 가끔 악기 소리가 들려오곤 하였다. 강물은 계절에 따라서 서로 다른 악기 소리를 냈다. 봄에는 느린 진양조 가락의 거문고 소리, 여름에는 스타카토가 분명한 피아노 소리, 가을에는 흐느끼는 듯한 저음의 첼로, 겨울에는 깊이 잠든 장병들을 깨우는 한밤중 비상 나팔 소리. 구산이 요즘 강을 보며 깨달은 것은 영산강은 우리와 함께 살면서, 수시로 모양과 소리가 변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사실이다.' - <영산강 칸타타> 12쪽.
<영산강 칸타타>(2026년 2월 출간)는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 커피와 함께해 온 시간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이다. 영산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저자의 80여 년 굴곡진 인생을 압축하고 있다. 작가의 삶과 기억, 시대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다.
"커피는 내 삶의 최애 기호품입니다. 나는 커피의 단맛보다는 인생의 맛처럼 시고 쓴맛을 즐깁니다. 커피의 쓴맛은 삶에 지쳐있는 내 영혼에 불을 지펴주는 부스터 역할을 해준다고 할까요?"
문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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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순태 작가가 펴낸 자전적 소설 '영산강 칸타타'. 작가의 삶을 시와 에세이, 소설 형식을 자유롭게 버무린 장르파괴 자전적 소설이다. |
| ⓒ 오래 |
<영산강 칸타타>는 직접 내린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작가의 커피 사랑과 영산강 풍경,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유년 시절 등에 대한 기억 창고다. 문학의 길, 시대의 격랑을 겪은 삶이 강물처럼 흐르고 이어진다.
광주고등학교 다닐 때 김현승 시인을 만나 문학과 커피에 눈을 뜬 사연도 눈길을 끈다. 그는 김현승 시인을 통해 처음 커피를 접한 뒤, 지금까지 커피 애호가로 살고 있다고 했다. 책에는 전국의 카페를 찾아다닌 커피 여행 이야기와 커피 역사, 커피에 얽힌 기억들이 함께 담겨 있다.
'김현승 시인은 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커피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결국 시의 맛이나 커피 맛이나 인생의 맛이나 고독의 맛이나 다 똑같다는 거야. 좋은 시는 좋은 커피 맛이고 고독은 커피의 쓴맛과 같단 말이지." 그날 이후, 구산과 이성부는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시작 노트를 들고 김현승 시인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시인이 손수 내려주는 커피를 마셨다.' - <영산강 칸타타> 58쪽.
작가는 다형 김현승으로부터 커피 사랑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그 오묘한 향기에 흠씬 젖어 살고 있다고 했다. 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김현승 시인은 커피로 원초적인 고독을 이겨냈다. 커피를 내려 마실 때마다 작가가 시인에 대한 그리움에 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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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격랑을 겪으며 문학의 길을 걸어온 문순태 작가. '타오르는강문학관'을 찾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굴곡진 삶과 문학 이야기를 하고 있다. |
| ⓒ 이돈삼 |
작가는 처음 시를 쓰다가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우리 사회에 중첩된 모순을 인식했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분노와 슬픔에 얼룩져 살다가 '반체제 기자'라는 덫에 씌워져 해직되기도 했다. 몇 해 전엔 무등산을 떠나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영산강을 선택했다.
'분수대 앞에서 만난 송수권 시인이 공포와 분노와 슬픔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울먹이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고, 1980년 6월2일자 전남매일에 실렸던 '아, 광주여 우리들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1시간 만에 써 들고 숨을 헐근거리며 편집국으로 뛰어 들어오던 김준태 시인의 모습도 보인다. 계엄사령부의 검열에서 절반 이상이 잘려 나간 채 실린 신문을 사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푸른 대나무처럼 눈앞에 일렁이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 <영산강 칸타타> 111쪽.
<영산강 칸타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장르의 경계를 허문 형식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삶을 시와 에세이, 소설 형식을 자유롭게 버무린 장르 파괴 자전적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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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순태 작가의 소설을 테마로 한 '타오르는강문학관'. 작가가 '영산강 칸타타'를 집필한 곳이다. 영산강변 나주 영산포에 자리하고 있다. |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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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르는강문학관' 내부. 문순태 소설 '타오르는강'을 테마로 한 문학전시관이다. |
| ⓒ 이돈삼 |
문순태 작가는 1939년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현 가사문학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6.25전쟁을 겪으며 공비토벌 작전지역이라는 이유로 고향을 떠나 떠돌았다. 해직 기간엔 장성댐 수몰민들의 한을 다룬 <징소리>와 남북 분단의 이념 갈등을 그린 <철쭉제> 등을 발표하며 작품 세계를 넓혔다.
대학에서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소설을 가르쳤고, 2006년 정년퇴임한 뒤엔 무등산 자락 생오지 마을에서 '소설창작 교실'을 운영했다. 지금은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무대이기도 한 영산강변으로 삶터를 옮기고, 날마다 '타오르는강문학관'을 오가고 있다. 영산강 발원지 담양이 그의 태생적 고향이라면, 영산강의 가온누리인 나주는 9권으로 펴낸 그의 대작 <타오르는 강>의 태 자리인 셈이다.
"날마다 인생의 종착역인 영산강을 바라보고 강과 함께 거닐면서 무한한 생명의 환희를 느낀다"는 문 작가는 "몸과 마음이 비틀거릴 만큼 늙었지만,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는 사실을 영산강을 바라보며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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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순태 작가가 날마다 보고 걷는 영산강변과 영산포 풍경. '타오르는강문학관'이 이곳 영산포에 자리하고 있다. |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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