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산 헬륨' 비상…이란 분쟁 장기화에 K-반도체 '꼬리 위험'↑
韓 카타르 의존도 65%·아시아 국가 중 가장 취약
재고 버티기 6주가 한계·공급 중단 시 다변화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동의 이란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헬륨'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 카타르 의존도 64.7%…韓 공급망 '최약체' 지목
18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전날 낸 '장기화하는 이란 갈등, 반도체 업체에 헬륨 꼬리위험 높여(Prolonged Iran Conflict Raises Helium Tail Risk for Semiconductor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란 분쟁과 카타르의 천연가스 생산 중단 여파가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에 '꼬리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꼬리 위험'은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말한다.
카타르의 가스 공급 중단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부산물인 헬륨의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원료다.
카타르는 이달 2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자국 최대 LNG 수출 터미널인 라스 라판(Ras Laffan) 산업 단지가 타격을 입자, 카타르 국영 에너지업체인 '카타르에너지'의 LNG와 그 부산물인 헬륨의 생산을 즉각 중단했다. 또한 이틀 뒤 전 세계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을 공식 선언했다.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생산 재개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피치는 특히 한국을 가장 취약한 국가로 지목했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헬륨 수입량의 약 64.7%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이는 공급망이 다변화된 일본(카타르 비중 28~33%)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으로, 카타르발 공급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수급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 "6주가 고비"…현물 가격 최대 200% 폭등 가능성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헬륨 재활용률을 80~90%까지 끌어올려 단기적인 영향은 통제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쟁이 예상보다 길어져 재고가 소진되는 '6주' 시점을 넘어서면 상황은 급변한다는 게 피치의 분석이다.
피치는 "공급 제한이 재고를 고갈시킬 만큼(잠재적으로 약 6주 이상) 지속된다면, 제조업체들은 더 엄격한 할당, 더 높은 조달 비용, 운전자본 수요 증가 및 수익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라며 "더 심각한 경우, 생산 일정을 조정하거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생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중동 의존도가 높은 14개 품목에 대한 상황 점검과 대응 강화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화학 제품의 경우 국내 생산과 재고 활용, 수급 대체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대체 공급선 확보와 물류 지원 등 맞춤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미 가격이 뛰고 있다는 점이다.
현물 시장의 헬륨 가격은 전쟁 직전 대비 2배로 오른 상태다. 카타르 물량이 시장에서 증발하면서 미국이나 알제리 등에서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패닉 바잉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헬륨은 반도체 세정 및 냉각 공정에 필수적이지만,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라 대체가 어렵다.
피치는 공급난이 장기화할 경우 현물 가격이 평시 대비 50%에서 최대 200%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약 가격은 일반적으로 더 안정적이지만 재협상 시 20%~40% 상승할 수 있다는 게 피치의 설명이다.
다만 피치는 "헬륨이 일반적으로 생산 원가의 약 0.5%~1%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이 뛰더라도 대형 제조업체의 전체 매출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력한 재활용 능력과 확립된 계약 구조를 가진 대형 첨단 제조업체들은 현물 시장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업체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공급선이 다변화돼 있어 재고가 소진되더라도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다만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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