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이 위험한 이유...극우세력 쿠데타 음모, 남의 일 아니다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바야흐로 '극우의 시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배타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대화하며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었고,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을 몰아내려는 정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남미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선 극우 지도자가 선출되는 모습도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극우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한국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의 극우> 기획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평화적 질서를 무너트리는 극우의 모습을 추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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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3월 27일 일요일, 벨기에 브뤼셀 증권거래소 광장(Place de la Bourse)의 '브뤼셀 테러 추모 현장'에서 극우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한 시위자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놓고 간 꽃을 밟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정치에서 흔히 말하는 좌익과 우익은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 태도의 차이를 가리킨다. 좌익이 사회 변화와 평등의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면, 우익은 질서와 공동체의 연속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우익 정치의 핵심은 현재의 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보다 그 안에서 사회를 조정하려는 태도에 있다.
그러나 극우는 단순히 우익의 강한 형태가 아니다. 극우 정치의 특징은 현재의 체제를 이미 타락하거나 오염된 질서로 규정하고, 그 바깥에 하나의 상징적 모델을 세운 뒤 사회 전체를 그 모델에 맞게 재편하려 한다는 점이다. 우익이 현실을 조정하려는 정치라면, 극우는 상징적 질서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치 형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왕정복고가 극우 정치의 대표적 모습이었고, 20세기 전반에는 파시즘과 군국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극우는 하나의 고정된 이념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정치적 상상들이 모여 있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극우라고 불리는 정치도 단일한 흐름이라기보다 여러 정치적 토폴로지(지형)의 총칭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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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이자 유럽의회 내 '유럽을 위한 애국자'(극우성향 정치그룹) 의장인 조르당 바르델라(가운데)와 유럽의회 의원이자 유럽을 위한 애국자 제1부대표인 킹가 갈(가운데 오른쪽)이 2024년 12월 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의회 건물에서 열린 유럽을 위한 애국자 회의 중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 ⓒ EPA/연합뉴스 |
첫째는 복고적 국가주의형이다. 이 유형은 과거의 국가 질서를 이상화한다. 국경이 더 안정적이고 공동체 내부의 질서가 더 단단했다고 여겨지는 시기를 정치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정치의 목표는 현재의 체제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국가 질서를 되찾는 데 있다.
서유럽의 극우 정치가 이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 같은 정당들은 이민 통제와 국경 강화, 그리고 공동체 내부 질서의 회복을 정치의 핵심 의제로 내세운다. 이들이 말하는 정치의 목표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과거의 국가 모델을 회복하는 것이다.
둘째는 문명·이념 방어형이다. 이 유형에서는 정치의 중심 갈등이 정책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특정 종교, 민족, 역사 서사, 또는 반공 같은 이념이 공동체의 핵심 원리로 제시된다. 정치의 목표는 그 정체성을 외부와 내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동유럽에서는 이런 정치 언어가 강하게 나타난다. 헝가리의 피데스(Fidesz) 정권이나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PiS)은 '기독교문명'과 '국가 주권'을 정치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일본에서도 일본회의(Nippon Kaigi)나 참정당 같은 세력이 국가 정체성과 역사 서사를 정치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린다. 한국에서도 반공 이념은 단순한 정책 입장이 아니라 정치 질서를 해석하는 기본 틀로 작동한다.
셋째는 권위주의적 대중동원형이다. 이 유형에서는 민주주의의 복잡한 절차보다 강한 지도자와 직접적인 대중 동원이 더 중요한 정치 수단으로 등장한다. 기존 제도는 부패했거나 무력하다고 간주되고, 사회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상상이 등장한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정치가 이 유형을 잘 보여준다. 기존 정치 체제를 부패한 체제로 규정하고, 강한 지도자의 권력과 대중 동원을 통해 국가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이다. 선거 결과와 제도적 절차에 대한 불신이 거리 정치와 결합하는 것도 이 유형의 특징이다.
넷째는 기술귀족주의형이다. 이 유형에서는 민주주의의 평등성과 숙의보다 효율과 기술적 통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정치적 토론과 합의보다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전문 엘리트의 판단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심에 놓인다.
이 흐름은 특히 미국의 실리콘밸리 주변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부 기술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민주주의 정치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기술과 시장의 논리에 기반한 새로운 통치 모델을 상상한다. 흔히 테크노리버테리언 정치나 기술 엘리트 정치로 불리는 흐름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극우 정치 내부에서는 흥미로운 분열이 나타난다. 도널드 트럼프를 중심으로 형성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역시 하나의 단일한 정치가 아니다. 초기의 MAGA, 즉 MAGA v.1은 종교, 애국, 국경 통제를 중심으로 과거의 미국적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정치다. 이는 전형적인 문명·이념 방어형에 가깝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흐름이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기술 엘리트와 투자자들 주변에서 형성된 MAGA v.2는 민주주의 정치보다 기술과 효율을 강조한다. 국가의 문제를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기술적 설계와 시장의 논리로 해결하려는 상상이다. 이 흐름은 극우 정치 내부에서 기술귀족주의형의 성격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두 흐름이 서로 다른 정치적 상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전통적 공동체 질서를 복원하려는 정치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 엘리트가 사회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정치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이 서로 다른 지지층을 동시에 묶어 왔지만, 이 내부의 이질성은 결국 트럼프 정치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경우는 문명·이념 방어형이 제국적 형태로 확장된 사례에 가깝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그 주변의 민족주의 담론은 러시아를 단순한 국민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독자적 문명권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정치의 목표는 국민국가의 복원이 아니라 제국적 질서의 회복이다. 러시아가 서구와는 다른 문명적 공간을 대표한다는 주장, 그리고 그 영향력을 다시 확장해야 한다는 정치적 서사가 이 흐름을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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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5월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극우 단체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우리는 국민이다”라고 쓰인 문구와 극우 독일대안당(AfD) 색깔로 된 깃발을 들고 있다. |
| ⓒ 연합뉴스 |
정치적 극우는 비판과 반박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민주주의 안에서 논쟁할 수 있는 정치적 위치다. 실제로 여러나라에서 극우 정치 세력은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경제와 금융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외국 자본의 기업 인수를 제한하고 국가 전략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은행의 초과 이익에 대한 과세나 공공 금융기관을 통한 산업 투자 확대 같은 정책도 주장해 왔다. 이는 단순한 반이민 정치가 아니라 국가가 금융과 산업을 더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경제 정책 논쟁의 형태를 띤다.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 역시 비슷한 논리를 전개한다. 조르자 멜로니 정부는 외국 자본에 대한 기업 인수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금융 시장을 완전히 부정하는 정책이라기보다 국가가 금융 흐름을 자국 산업에 더 강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나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Ö)은 또 다른 방식으로 금융 정책을 제시한다. 이들은 금융 시장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국내 자본 시장을 강화하고 국민의 저축을 자국 기업 투자로 연결하는 정책을 강조한다. 독일에서는 '독일식 주식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은 나타난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공화당은 금융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을 통해 자본 시장의 확장을 지지해 왔다. 동시에 해외에 축적된 미국 기업의 이익을 국내로 환류시키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은 금융 자본과 국가 권력의 관계를 둘러싼 또 다른 형태의 극우 경제 정치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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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당시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
| ⓒ 연합뉴스/AP |
그러나 극우라는 이름이 폭력적이거나 배타주의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나는 순간 그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특정 집단을 공동체의 경쟁자가 아니라 오염원이나 제거 대상으로 묘사하고, 폭력이나 불법적 행동을 공동체 보호의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정치가 등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정치적 입장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정치적 입장의 이름으로 보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런 장면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군중이 의회를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독일에서는 극우세력이 의회를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쿠데타 음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 경계의 붕괴는 이미 구체적 장면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수사가 이어지자 일부 강경 지지층은 사법 절차 자체를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니라 '체제를 탈취하려는 세력의 음모'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울서부지법 난입과 기물 파손, 판사실 침입, 경찰 폭행까지 벌어졌고 관련자 수십 명이 기소되었다.
이런 순간 정치적 갈등은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변한다. 특정 집단을 공동체의 적으로 규정하고, 음모론과 비상권력의 언어가 결합하며, 물리적 공격마저 정치적 권리처럼 정당화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는 의견을 보호하는 체제라는 자신의 원리를 역이용당하게 된다.
관용의 한계 : 극우라는 이름의 알리바이
극우는 정치적 대안의 형태로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폭력과 음모론, 제도 불복이 결합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보호하는 체제다. 그러나 제도를 파괴하는 행동까지 정치적 권리의 이름으로 보호하는 체제는 아니다. 병리적 행동이 정치적 입장의 언어 뒤에 숨는 순간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방어할 기준을 잃는다.
극우라는 정치적 이름이 그런 행동의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관용의 이름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민주주의는 자신의 원리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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