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아빠 육아’…남자화장실 기저귀 교환대는 부족

서지영 2026. 3. 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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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를 갈아주고 싶어도 교환대가 없어 결국 아내가 맡게 돼 미안하고 불편하죠."

2세 여아를 키우는 30대 후반 김경태씨는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 외출 중에는 기저귀를 갈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3세 남아를 키우는 40대 이모씨는 "아예 남자 화장실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외출한다"며 "백화점이나 마트의 유아휴게실을 찾거나, 여의치 않으면 차에서 기저귀를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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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중화장실 15%만 남성 이용 가능 교환대 설치
전문가 “남녀 화장실·가족 화장실 확대 등 개선 필요”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기저귀를 갈아주고 싶어도 교환대가 없어 결국 아내가 맡게 돼 미안하고 불편하죠.”

17일 광화문 일대에서 만난 15개월 남아를 키우는 유모(40)씨는 이렇게 말했다. 유씨뿐만이 아니다. 2세 여아를 키우는 30대 후반 김경태씨는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 외출 중에는 기저귀를 갈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3세 남아를 키우는 40대 이모씨는 “아예 남자 화장실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외출한다”며 “백화점이나 마트의 유아휴게실을 찾거나, 여의치 않으면 차에서 기저귀를 간다”고 말했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관련 공공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아빠 육아’가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육아휴직 사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남성이었다. 1~9월 기준 남성 육아휴직급여자 비율은 36.8%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서울시 남성 육아휴직급여자도 지난해 2만2693명으로 전년(1만5022명)보다 51% 늘었다.

그러나 남자 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대 설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 공중화장실 위치정보(17일 기준)에 따르면 전체 4451곳 중 남성이 이용 가능한 교환대는 671곳(장애인·공용 포함)으로 약 15%에 그쳤다. 여성은 약 27% 수준이었다.

관련 법 규정은 이미 마련돼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남녀 화장실에 각각 1개 이상의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2017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도 공공시설 전반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설치율이 낮아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성평등 공간사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가 성차별적 시설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공간에만 있는 아이돌봄 시설’이 가장 개선이 필요한 공간으로 꼽혔다.

이에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6월 지자체 공중화장실 설치·운영 과정에 ‘자가진단형 성별영향평가’를 도입하했다. 기저귀 교환대와 어린이용 변기 등이 남녀 화장실에 모두 설치돼 있는지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해당 평가는 의무 사항이 아닌 권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지자체별 활용 결과를 취합 중으로, 종합 결과는 8월 말쯤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배경으로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 여겨온 인식이 여전히 공간 설계에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늘고 있는데도 시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남녀 화장실 모두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는 한편, 가족 화장실 등 돌봄 친화적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신 교수는 “모든 곳에 설치가 어렵다면 일부라도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마련하고, 위치를 안내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자 화장실에 관련 시설이 없다는 것 자체가 아빠는 1차적인 육아 담당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사회가 보내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결국 엄마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만큼 공공 인프라도 더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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