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적 뒤 확 뜬 '공항 통합설'…따질 것도 산더미 [이슈분석]

강갑생 2026. 3.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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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과 활주로에서 항공기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전신은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었다. 당초 한국공항공사(한국공)의 전신인 한국공항공단이 맡았던 신공항건설 사업을 떼어내 별도의 추진조직을 만든 것이다.

애초엔 건설만을 담당하는 기능이었고, 운영은 한국공항공단이 담당하는 수순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인천공항 개항을 2년 앞둔 1999년 초에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이 제정됐다.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을 공사로 바꿔 운영까지 맡기는 내용이었다.

당시 법 제정이유에는 '국내외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인천공항의 건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공항의 관리·운영에 있어 민간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등 인천공항의 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관료는 “당시 운영을 누가 할 거냐로 논의가 있었는데 한국공항공단에 넘기면 지방공항까지 다 뒤섞여서 회계도 불투명해지는 등 인천공항 운영에 차질을 줄 거란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공항공단은 2002년 공사로 전환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인국공과 한국공으로 나누어진 지 20여년 만에 통합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기업 정책을 주관하는 재정경제부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까지 합해 모두 3개의 공사·공단을 하나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물론 재경부는 이와 관련해 전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항업계 안팎에선 이미 상당 수준까지 통합 방침이 결정된 것 아니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공항의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공항 통합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너무 많다"며 통폐합을 지시한 데 이어 지난달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인천공항에서 국내선은 왜 안 띄우냐”며 국내선·국제선 분리 운영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운영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양 공사를 합쳐야 한다는 요구는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선 윤종오(진보당)·황운하(조국혁신당)·권영진(국민의힘) 의원 등이 통합을 공개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인국공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8667억원, 당기순이익은 6944억원에 달한다. 여기엔 신라와 신세계의 면세점 철수에 따른 위약금 1700억원이 포함돼 있다. 당기순이익의 46%인 3200억원은 인국공 지분 100%를 가진 정부가 배당금으로 챙겨갔다.

반면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제주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223억원이며, 영업외손실까지 합하면 적자가 552억원이다. 만약 두 공사를 합한다면 한국공 입장에선 단번에 재정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셈이다.

한국공이 통합에 찬성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인국공 입장에선 한국공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데다 가덕도공항까지 보태지면 그 건설비까지 충당하느라 인천공항 자체의 투자여력이 현저히 낮아져 국제적 경쟁력이 약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공항 통합을 결정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건 재정적 측면만이 아니다. 외국 주요 공항과의 경쟁력, 운영 효율성, 지방공항 활성화 가능성 등 다양한 분야를 꼼꼼하게 짚어보고 분석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의 조감도. 공항 통합 논의에는 가덕도신공항도 포함된다. 자료 국토교통부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인 지방공항 및 관광 활성화만 봐도 인국공과 한국공 등을 합친다고 해서 지방공항에 국제선 등 항공편이 더 많아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노선 취항 여부는 전적으로 수요가 있느냐에 따라서 항공사가 결정한다”며 “과거 인천공항에도 초기에 대구, 부산행 국내선을 넣었지만 승객이 적어 중단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적정 수요가 없으면 공항이 요청해도 항공사가 운항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런 쟁점들에 대해 이렇다 할 연구용역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물론 한국공과 인국공, 한국교통연구원 모두 해당 연구용역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항업계에선 정밀한 비교분석과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상명하달식'으로 전격적으로 추진 중인 고속철 통합처럼 공항 통합 역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냔 걱정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항 통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공항 건설과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양 공사의 분리 운영 성과 및 장단점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단계가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공항 운영과 건설을 지금처럼 사실상 정부가 다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 외국처럼 지자체가 참여하거나 개별 회사로 나눠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도 따져봐야만 한다.

송기한 서울과기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제공항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공항의 활성화를 위한 전략 수립 등 공항정책에 대한 심도 높은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 여부와 별개로 공항이나 철도의 경영 효율화와 발전을 위해선 정치인 등이 아닌 해당 분야의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경영진에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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