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와 이만희, 공동정범인가 방조범인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정말 몰랐을까. 측근들이 독자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면, 한학자와 이만희는 정치권 유착의 정범(正犯)이 아니라 방조범이다. 형법상 정범(제30조)은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이다. 방조범(제32조)은 ‘범죄 행위에 편의를 제공한 사람’ 즉 종범(從犯)으로 분류해 정범보다 형량을 경감받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다른 이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한’ 교사범(제31조)은 정범과 같은 형으로 처벌받는다. 한학자와 이만희는 정범이자 교사범인가, 아니면 방조범인가.
정범은 공동정범과 단독정범으로 나뉜다. 성경에서 선악과를 함께 먹은 아담과 하와는 범죄의 시간적 순서는 다르지만,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공동정범이다. 요셉을 죽이려고 함께 모의하고, 구덩이에 밀어 넣고, 마침내 노예로 판 형제들도 공동정범이다. 예수님을 배신하고 뇌물을 주고받은 유다, 사형을 모의하고 빌라도를 압박한 대제사장들, 사형을 최종 판결하고 승인한 빌라도, 사형을 선동한 군중들 모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만든 공동정범들이다. 가진 전부를 헌금한 것처럼 속이고 거짓말하기로 모의하고 허위 진술을 반복한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도 공동정범이다.
한편 동생 아벨을 살해한 가인은 대표적인 단독정범이다. 밧세바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도록 계획하고 교사한 다윗도 단독정범이다. 여리고성을 함락한 후 전리품을 몰래 숨긴 아간도 단독정범이다. 한학자와 이만희의 경우 정범 역할과 그 정황이 강하다. 드러난 증거와 증언과 정황은 한학자와 이만희를 정범이자 교사범으로 일관되게 지목하고 있다.
한학자와 이만희는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있을까. 자신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절대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허구적 망상 속에서 사회적 통념이나 질서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은 아닐까. 혹은 살아있는 신의 이름으로 저지른 범죄를 종교적으로 합리화한 후 도덕적인 불감증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닐까.
법과 통념에서 벗어난 불법적인 정치권 유착으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한학자와 이만희는 확신범들이다. 통일교 한학자는 자신을 “6000년 만에 탄생한 독생녀”라고 주장하고, 신천지 이만희는 “영생불사 불로불사의 보혜사”라고 자신을 스스로 신격화한다. 한학자 없는 통일교, 이만희 없는 신천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과연 살아있는 신적 존재의 허락 없이 측근들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가져다주고,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 한학자와 이만희 모르게 일을 벌인다는 것은, 곧 신적 존재의 명령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학자는 일반적인 기업 대표나 종교 지도자와는 전혀 다르다. 통일교의 최대 거점인 일본으로부터의 자금 확보를 세밀하게 지시했다. 통일교 유관 언론사를 방문해 보도 지침까지 하달했다. 자신이 부재한 동안 통일교를 이끌도록 손자들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등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측근들을 통해 섭외한 정치인들을 만났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다. 통일교는 한학자이고, 한학자는 곧 통일교다. 통일교 신도들이 한학자의 석방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만희 역시 신천지의 유일무이한 절대 권력자이다. 흰옷을 입고 흰말을 타는 이만희의 모습을 요한계시록 예언의 성취이자 실상으로 신도들은 맹신했다. 이만희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드러나도 개의치 않고 맹종했다. 신도들은 ‘말씀의 목자’ 이만희를 위해, 학업과 직업과 가정을 포기하고, 속임수와 거짓말과 위장 포교를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핵심 측근들의 계속되는 이탈에도 불구하고 이만희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이만희는 신천지고, 신천지는 곧 이만희이기 때문이다. 95세 고령의 불편한 모습을 노출하면서까지 이만희가 계속 신도들 앞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이비종교는 헌금이라는 미명으로 돈을 갈취한다.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성과 노동력을 착취한다. 교주들의 범죄행각은 망설임이 없다. 신의 이름으로 거리낌 없이 과감하게 범죄를 저지른다. 멈추는 법도 없다. 심지어 교도소에 다녀온 후에도 범행을 지속한다. 종교범죄를 가중처벌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주변 측근들은 ‘옳고 그름’이 아닌 ‘복종과 불복종’의 잣대만을 가지고 교주의 지시를 수행하고 범죄를 방조한다. 사이비종교의 권력 정점에는 오직 한 사람 교주만이 존재한다. 모든 일의 판단, 계획, 지시, 실행의 중심이다. 통일교 한학자와 신천지 이만희는 불법적 정치권 유착의 정범이고 교사범이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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