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현의 직격인터뷰] “트럼프, 이란 파병 거부하면 주한미군·관세카드 쓸 수도”

차세현 2026. 3. 1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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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 전직 외교통상부 장관이 보는 이란 사태


차세현 논설위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과의 전쟁이 2주를 넘겼지만 사태는 수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만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전망, 미·중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 주한미군 전력 차출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등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들었다. 윤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오판한 것 같다”며 “미국을 8년 동안 수렁에 빠뜨렸던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습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트럼프, 지원 않는 동맹에 불만
비용·편익 고려해 타협안 찾아야

이란사태로 북·미 회담 추동력 약화
한·미 갈등은 ‘한국 패싱’ 소지 키워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수준’의 문제
한·미 조율 통한 타협점 찾아야

지난 13일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이란 사태의 함의를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베네수엘라 성공이 이란 오판 불러

Q : 이번 공격을 감행한 배경은 뭘까.
A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보여준 미국 군사력의 탁월한 성과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이란의 경우에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압박하고 참수 작전으로 지도부를 제거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사태는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 이후 상당한 준비를 한 것 같다. 즉각 미군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를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를 흔들어 놓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선 조기 수습을 바라지만 출구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Q : 미국의 이번 공습은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중시와 중국 견제를 1순위로 둔 국가안보전략(NSS)과 배치되는 결정인데.
A : “NSS는 문서로서의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이란 사태를 보면 얼마나 일관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 미국의 전쟁 역사를 보면 목표가 분명할 때 성공했다. 한국전과 1991년 걸프전이 그랬다. 그런데 이란의 경우엔 핵 개발을 막겠다, 미사일 역량을 파괴하겠다,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등 목표가 수시로 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제, 어떻게 끝내야 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Q : 일방적인 승리 선언 후 종전할 수 있지 않나.
A : “과연 이스라엘이 쉽게 찬성할까.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 교체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복수심에 불탄 이란의 새 지도부는 종전은 미국이 아니라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령 이 상태로 종전되더라도 이란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오히려 핵 개발을 서두를 것이다. 걸프 국가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계속 공격하면 상당수의 미군이 중동에 주둔해야 한다. 미국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란 사태의 최대 승자는 중국

Q : 이번 사태에 중국이 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 : “미·중 패권 경쟁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이 중동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트럼프 정부가 NSS에서 강조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여력이 떨어졌다. 미국은 2011년 오바마 정부 때 대중 견제를 위해 아시아 회귀를 선언했는데,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 때 유럽과 중동 지역 분쟁에 휘말리면서 집중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Q : 트럼프가 4월 베이징 정상회담의 한 달 연기를 요청했다.
A :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는 SNS에서 G2(미·중 두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은 그간 이 표현을 피해왔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미·중이 서로 담합한 결과를 강요할 가능성이 그 표현에 담겨 있어서다. 부산 회담에 만족한 트럼프는 ‘빅딜’을 통해 향후 미·중 관계의 새 챕터를 열 수 있다고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 사태로 삐걱거리고 있다. 한 달 후 열리더라도 향후 미·중 관계의 마스터 플랜을 짜는 역사적 회담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Q :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까.
A : “회담을 추동해야 할 미국의 관심이 이란 사태로 분산돼있다. 트럼프 임기 중 북·미 회담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최소한 이란 사태가 가닥을 잡기 전까진 어려울 것 같다. 미·중 회담에서도 기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사태까지 터지면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트럼프를 면담한 김민석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건 좋다. 그런데 이번 중국에 가는 시기일 수 있지만 그건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Q : 정부로선 아쉬울 것 같다.
A : “남북 소통 채널을 만들려는 노력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반드시 국제적인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만약 별개의 문제로 접근하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교적으로 고립될 위험도 있다. 냉전이 막을 내린 후 40년 동안의 남북 관계 역사에서 가장 피크를 이뤘던 시기는 김대중-빌 클린턴 정부 3년이었다.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사민당 정부가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감상적인 민족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서독은 먼저 미국과 상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동방정책을 추진했다. 상호 신뢰가 쌓이면서 결국 미국을 지지자로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가 동방정책만큼 거부감이 강했던 햇볕정책 추진 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해 결국 보조를 맞췄던 역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카이치 방미도 파병에 변수

Q : 주한미군이 패트리엇과 사드를 반출한 데 이어, 트럼프는 한국, 일본 등 7개국에 파병을 압박하고 있다.
A :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파병하는 경우 인명 피해 등의 리스크가 걱정된다. 트럼프 리더십의 특성상 수용하지 않을 경우 통상은 물론 특히 안보 분야에서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이다. 나토(NATO)에 얘기했던 것처럼, 동맹인 미국을 지원하지 않으면 한국도 지원하지 않겠다며 주한미군 철수나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관세 카드 등을 꺼내 들 수 있다.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경우와 거부할 경우 우리에게 닥칠 비용과 편익을 냉철하게 계산해 정부가 추구해온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차원에서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19일 방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과연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변수다.”

Q : 최근 주한미군의 서해 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을 놓고 불협화음이 공개 노출되고 있다.
A :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는 대통령이다. 이런 이점을 간과하고 과거처럼 ‘자주냐 동맹이냐’라는 좁은 프레임 워크 안에서 우리가 남북관계를 끌고 가려고 하고, 이에 미국과 유엔사가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한·미 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은 경제와 안보 이슈가 분리된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통상 분야에서 대미 투자에 미온적인 인상을 주면, 안보 분야 합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향후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북핵 등 한반도의 중요 안보 현안을 논의할 때, 통상 분야 합의를 놓고 한·미 간에 불신이 쌓이면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 입장에서 북한과 타협해버릴 소지도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원자력잠수함 건조 이슈는 이재명 정부의 최대 업적이다. 과거 미국에 말 꺼내기도 힘들었던 사안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대로 ‘테이블 세터(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는 초심을 지켰으면 좋겠다.”

Q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움직임에 대한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A :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우리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걸 계속 반대하면 역효과(backfire)가 발생해 우리 안보와 국익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다. ‘당신네가 당신 관심사(북한 억제)만 챙기겠다고 하면, 우리도 우리 관심사만 챙길 것’이라고 나올 수 있다. 즉, 대북 확장 억제가 약화되거나 주한미군 철수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핵심은 어느 정도까지 유연성 확대를 용인하느냐는 수준의 문제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이란 실질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호주 수준의 협력은 어렵다는 점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물밑으로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 주도 ‘핵심 광물 무역블록’ 참여해야

Q :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미국 주도의 ‘핵심 광물 무역블록’ 참여에 소극적인 것 아닌가.
A : “어려운 외교 현안을 결정할 때 정책 결정자들은 무엇이 국익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막연하게 미국 편, 또는 중국 편을 드는 거 아니냐는 식의 피상적인 논리나 개인의 신념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선 안 된다.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전 세계 수십 개국이 지지하는 무역 블록 참여에 소극적인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겠나. 참고로 중국은 개별 국가에는 보복하지만, 집단으로 행동하는 국가들을 상대로는 보복하지 않는 행동 패턴을 보여왔다.”

Q : 미·중을 상대하는 데 있어 일본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 : “한·일은 동병상련의 위치에 있다. 미·중의 경쟁,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한·일이 함께 하면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 강대국 권력정치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 미·중이 담합해 한·일이 원하지 않는 요구를 강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해 한·일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얼마 전 최태원 SK 회장이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내놓았는데 공감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선거 승리로 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과 같은 한·일 간의 미래 협력 비전을 꼭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윤영관=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2003~04년 노무현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정부 안에서 일어난 이른바 ‘자주파 vs 동맹파’ 갈등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통상과 안보 현안의 통합 관리를 위해 외교통상부 체제로의 정부 조직 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세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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