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밴스 ‘잠잠’ 루비오 ‘옹호’… 이란 전쟁이 낳은 미묘한 경쟁 구도

임성수 2026. 3. 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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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로키마운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9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발언을 준비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올해 미국의 대(對)이란·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서 상대적으로 말을 아낀 밴스 부통령과 다르게 주도적으로 나선 루비오 장관은 입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터AP연합뉴스

선발주자 밴스, '마가'의 지적 리더
전쟁이후 침묵하다 "트럼프 믿는다"
후발주자 루비오, 전쟁 정당성 설파
스피커 노릇하며 트럼프에 눈도장
차기 대선 후보 경쟁구도 변화 조짐
베팅플랫폼 루비오 당선 확률 상승

“그는 내가 보기에 철학적으로 나와 조금 다르다. 그는 전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어쩌면 덜 열성적일지 모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정치적 후계자인 J D 밴스(41) 부통령과 자신의 이란 전쟁에 대한 의견 차이를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 차기 미국 대선 공화당 유력 주자인 밴스 부통령은 이란 전쟁 이후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그는 16일 트럼프와 공개 행사에 참석해 이란 전쟁에 대해 질문받자 “한 가지 큰 차이점은 우리에게 현명한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가)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밴스가 이란 전쟁 이후 한 자리에 나온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밴스는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을 꺼리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지적 리더격이다. 해병대원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한 그는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재앙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해외 개입 전쟁을 앞장서서 비판해온 밴스가 이란 전쟁을 정당화하려면 ‘논리의 곡예’가 필요한 것이다.

마가 진영의 잡지인 ‘디 아메리칸 컨서버티브(The american conservative)’의 커트 밀스 국장은 이란 전쟁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선거 공약 배신 사례 중 하나”라며 “이건 그(밴스)에게 문제가 되고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밴스가 이란 전쟁으로 위태로운 정치적 입지에 놓여있다며 “그는 마가 진영의 압박과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큰 까다로운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 강성 지지층 ‘마가 진영의 내전을 촉발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에 미묘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공화당 차기 대선 후보 선두주자인 밴스는 어정쩡하게 줄타기하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마코 루비오(54) 국무장관은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트럼프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루비오는 이란 전쟁 이후 밴스와 달리 트럼프의 충실한 ‘스피커’ 노릇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루비오를 향해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약간 편향된 시각일 수도 있다”고 했다. 루비오는 트럼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지휘하고 이란 공습을 명령했을 당시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 곁을 지켰다. 루비오와 밴스는 서로를 ‘친구’로 부를 정도로 가깝다. 루비오는 2028년 대선에서 밴스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이란 전쟁은 친구를 정치적 경쟁자로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둘을 저울질하며 일종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 공습 직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후원자 20여명을 모아 놓고 “밴스와 루비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소식을 전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참석자들이 루비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냈다”며 “트럼프는 루비오에 대한 호감을 점점 더 드러내고 있으며 비공개 자리에서 그를 칭찬하고 측근들에게 루비오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NBC 방송도 “루비오의 입지는 외교 정책 담당자로서 높아진 반면 밴스는 대조적으로 더욱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의 한 상원의원은 NBC에 “트럼프는 밴스가 아니라 루비오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내 생각엔 트럼프가 루비오를 좋아한다. 밴스는 지금 정치적으로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외교 정책 기준으로 밴스는 포퓰리즘 마가 성향의 해외 불개입론자인 반면, 루비오는 전통적인 공화당 매파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2개 진영이 형성되고 있다. 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수많은 마가 추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보수계의 유명 스피커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도 밴스와 가깝다. 그는 지난달 28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은 정말 역겹고 사악하다”고 했는데, 이란 전쟁에 대한 마가 진영의 인식을 보여준다.

루비오는 이미 2016년 대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 플로리다 상원의원 출신은 그는 여전히 히스패닉계 공화당원과 주요 기부자들, 풀뿌리 운동가들의 지지를 받는다. 골수 마가들이 이란 전쟁을 비판하는 반면 전통적인 ‘공화당 매파’들은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부통령이었지만 트럼프와 멀어진 마이크 펜스조차 지난 12일 보수매체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일부 논평가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 사이에는 분열이 존재하지만 자신을 ‘마가 공화당원’이라고 칭하는 이들을 포함한 공화당원 대다수가 대통령의 결정과 우리 군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며 “우리는 이 싸움을 단번에 끝낼 것”이라고 했다. 물론 루비오가 이란 전쟁을 앞장서서 옹호하는 것은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군 희생이 커질수록 전쟁을 옹호한 ‘국무장관’ 경력이 오점으로 남을 수 있어서다. 지금도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높다.

예측시장도 두 사람의 대선행을 두고 바삐 움직인다. 양대 베팅 플랫폼인 ‘폴리마켓’과 ‘칼시’ 등에서는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밴스가 루비오를 앞서고 있지만, 이란 공습 이후 루비오의 당선 확률도 크게 높아졌다. 15일 기준 칼시에서는 루비오의 당선 확률이 28%로 예측됐는데 이란 전쟁 이전 약 20%에서 상승했다. 반면 밴스의 당선 확률은 전쟁 전 44%에서 37%로 낮아졌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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