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청구서'에 막힌 미북대화…트럼프 방중 없으면 北 공간도 없다
외교 의제 후순위로 밀려난 북한
방중 연기에 미북대화도 안갯속

격화되는 중동 정세가 미북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글로벌 외교 의제를 집어삼키면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난색을 보이는 중국을 향해 당초 3월 말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에 "한 달 정도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이란 전쟁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새로운 방중 날짜가 논의되고 있는 지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미북 대화 재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일정 연기가 거론되면서 미북 대화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약화되는 기류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맞서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 수혜국들을 향해 군사적 기여를 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공개 요구했다. 원유 수송의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해상 작전에 따른 부담과 군사적 충돌 위험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을 향해서는 '원유 수송로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경쟁국인 중국의 에너지 안보까지 무상으로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비즈니스적 논리를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전쟁과 관련한 대중(對中) 압박에 나서기 직전, 한국을 통해 북한의 대화 의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려 한 바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뤄진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깜짝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이 같은 기류를 뒷받침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김 위원장이 미국과 나와의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고 의견을 물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탐색전을 즉각적인 무력시위로 맞받아쳤다. 면담 내용이 알려진 후 북한은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이는 남한을 거치지 말고 미국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노골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가 재확인된 대목이다.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열리기 전 판을 흔들어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고도의 '몸값 높이기'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북한은 이미 남한을 동족이 아닌 '가장 적대적인 실체'로 규정하며 관계 단절을 공식화한 상태다. 우리 정부가 보내온 평화의 메시지를 북한이 '서투른 기만극'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 시점이 글로벌 안보 지형의 급변과 맞물리며 평양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현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관측 속에서도,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 삼은 미북 정상 간 회동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연기 요청은 방중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중동 전쟁이 단기간 내 종결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13일 (현지시간)워싱턴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는 건 참 좋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 중국 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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