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바를 끄다

하수영, 전민구 2026. 3. 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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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전이 발생한 쿠바에서 한 시민이 손전등을 들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로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압박을 강화했다.

16일(현지시간) 쿠바 에너지광산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국가 전력 시스템의 완전한 단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쿠바 국영전력청(UNE)도 X에 “국가 전력망의 가동 중단에 따라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끊겼고, 현재 긴급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쿠바 전체 인구인 약 1100만명 가량에 전력 공급이 끊긴 것이다.

쿠바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멕시코 등에서 석유 지원을 받지 못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을 차단했다. 또, 쿠바에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들에 고액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석유 수입이 3개월째 중단됐다”며 “현재 태양광, 천연가스, 화력발전 등에 의존해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식량 시스템, 공공서비스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AP통신은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오랫동안 만성적인 위기에 시달려 왔고 물자, 인력, 의약품 부족은 일상적인 문제였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제재 이후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현재 쿠바에선 구급차가 응급 상황에도 연료가 없어 출동을 못 하고, 병원 등 주요시설도 정전됐다. 항공기 연료가 부족해 필수 의료 물자를 실어 나르는 항공편 운항도 중단됐다. 설상가상 의료 인력도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쿠바는 의료 인력이 국가 소속이라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으로 생활고를 겪게 되자 전문 인력인 의사들이 쿠바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AP통신은 “현재 쿠바 의사의 한 달 월급으로는 계란 한 판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공산당 당사를 공격하는 폭력 시위가 일어나는 등 민심은 동요하고 있다. 다른 국영 시설들도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15일 대국민 연설에서 “정전과 식량난에 따른 분노는 이해하지만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점령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지금 쿠바는 매우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군사 개입보다는 경제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을 압박해 미국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 일부 관리들은 강경파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물러나면 협상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NYT에 “미국은 쿠바 협상 대표들에게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협상단은 쿠바 측에 고령 원로 정치인들의 퇴장,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하수영·전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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