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 말고 ‘영적 혼수감’ “배우자 찾기 전에 먼저 좋은 배우자 ‘되어라’”

김아영,김수연,박효진,양민경 2026. 3. 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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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 다시 쓰는 한국교회
분당우리교회 제공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 예식장·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신행(신혼 여행)·예단 목록 등의 준비로 분주하다. ‘인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을 위한 명제 아래 말이다. 결혼식을 위해 쏟아붓는 정성과 노력보다 30년 이상의 결혼 생활을 위한 준비는 되어 있을까.

쉽게 결혼하고 더 쉽게 헤어지는 시대, 한국교회가 조용히 다른 질문을 꺼내 들고 있다. 좋은 배우자를 찾는 것보다 좋은 배우자가 ‘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영적 혼숫감’은 조건과 스펙이 난무하는 결혼 시장에 한국교회가 내민 새로운 화두다. 물질적 혼수 준비에 앞서 성경적 세계관으로 결혼을 바라보는 내면의 역량을 갖추자는 뜻을 담았다.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삼일교회 등의 교회들이 오래전부터 ‘결혼예비학교’를 운영해 온 가운데 최근엔 미혼 크리스천 청년을 위한 소규모 세미나와 데이트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한국교회의 움직임을 현장에서 들여다 봤다.

결혼 설계도 없이 집 짓지 마라

“30분짜리 결혼식을 위해서는 온 에너지를 다 쏟으면서, 30년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준비하지 않아요.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삼모아트센터. 강단에 선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의 첫마디에 10여명의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행사는 노아NCA 콘퍼런스 준비위원회가 기획한 ‘2026 노아NCA 결혼가정 콘퍼런스’였다. ‘결혼은 알맞은 짝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알맞은 짝이 되는 데 있다’는 슬로건 아래 5시간 이상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노아NCA 콘퍼런스 준비위원회 제공

행사를 기획한 권요한 서울대 학원선교사는 “결혼을 포기하거나 준비 없이 결혼하는 청년들이 많은 현실에 안타까웠다. 성경적 세계관으로 결혼에 대해 교육하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열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창세기 2장을 펼쳐 결혼의 본질을 짚었다. “하나님은 결혼을 재촉하지 않으셨어요. 아담이 스스로 외로움을 느꼈을 때 하와를 데려오셨습니다. 주도권은 하나님께 있어요.”

이어진 ‘데이트의 기술’ 강의에서는 사랑의 4계절론을 설명했다. 그는 “사랑 호르몬(페닐에틸아민·도파민·옥시토신)은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사라진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툭 끊긴다”며 “이걸 모르면 ‘사랑이 식었다’고 착각하고 파트너를 바꿔버린다. 그게 풋내기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우자 판별을 위한 다섯 기준(말씀·기도·상담·환경·평안)도 소개됐다.

노아NCA 콘퍼런스 준비위원회 제공

강태신 염광교회 담임목사는 ‘영적 탄력성’ 개념으로 배우자 기준을 제시했다. 자족함, 하나님 나라 자아상, 영적 만족 지연의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결혼하라”는 그의 한마디에 청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종합토론에서는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이성적으로는 끌리는데 가치관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 대표는 즉답했다. “그래도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면 결혼하기 전에 전도하세요. 세례받고 결혼식 올리면 됩니다.” 권 선교사는 “제한된 장에서 보면 답이 안 나온다”며 “시야를 넓혀 만남의 장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날 콘퍼런스 1단계 수료자에게는 오는 5월 예정된 2단계 ‘매칭 프로그램’ 참가 자격이 부여됐다.

“하나님 안에서 보니 어느 순간 반짝거려 보였다”

강의실 밖, 이미 이 길을 걸어 결실을 본 커플이 있다. 성경적 세계관으로 배우자를 찾고 신앙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결혼에 이른 이들의 이야기다.
박인경씨 제공

지난해 9월 경기 성남 지구촌교회에서 결혼예배를 올린 권형수(39) 박인경(43)씨 부부는 크리스천 데이트 모임 ‘갓데이트’를 통해 2024년 11월 처음 만났다. 갓데이트는 20여쌍의 크리스천 청년들이 5주 동안 강의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교제로 이어지도록 돕는 모임이다.

박씨의 첫인상 고백은 솔직했다. “남편이 첫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 안에서 그를 바라보니 어느 순간 어깨가 넓어 보이고 사람이 반짝거려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을 결정적으로 가깝게 만든 건 프로그램 중 주어진 ‘전화 통화 미션’이었다. 박씨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웠다”며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와 자기 생각이 잘 정리된 사람이라는 느낌에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박인경씨 제공

교제를 시작하자마자 결혼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권씨의 태도에 처음에는 부담도 있었다. 전환점은 교회 특별 새벽기도 기간이었다. 박씨는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의 관계를 하나님께 내려놓았다”며 “그 기간에 처음으로 크게 다툰 적이 있었는데 화해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나님께 맡겼을 때 마음에 기쁨과 평안함이 찾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교제 기간 내내 두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말씀을 묵상했다. 박씨가 출석하던 만나교회의 아침 묵상 프로그램 ‘하나님의 시선’을 통해 매일 같은 본문을 읽고 나누며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깊이 알아갔다. 두 사람은 교제 중 가정의 비전도 세웠다.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삶이다. 권씨는 “이 비전을 실천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교제 시작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9개월 만에 예식장에 섰다.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 것은 가치관의 일치였다. 권씨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아내의 가치관이 저와 일치했다”며 “늘 ‘하나님의 지성소를 함께 이뤄갈 배우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해 왔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인연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결혼을 준비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기도의 내용이었다. 30대 후반까지 좋은 배우자를 보내 달라고 기도했지만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뀌었다.

“배우자를 보내 달라는 기도에서 ‘내가 어떤 배우자가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기도로 바뀌었어요. 상대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사람, 가정의 중심에 하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났던 과거 경험도 이 변화에 영향을 줬다.

“조건이 주는 안정감은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이 진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권씨는 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신 이유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함입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하나님이 곧 조건이고 스펙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그 방향이 하나님 나라라면, 현재의 조건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것입니다. 그 길을 걸어갈 때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을 채워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설계자의 말씀 위에 가정을 세워라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이 질문에 답해왔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김우준 목사)의 결혼예비학교는 2001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약 160회를 운영, 수료 커플만 4500쌍에 이른다. 약혼 커플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커플, 신혼 3년 차 이내 부부가 함께 참여한다.

교육은 ‘가정의 설계자가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시작한다. 조대로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가정은 생물학적 문제 해결이나 재산 보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설계로 세워진 공동체”라며 “설계자의 말씀에 따르는 가정이 되는 것이 교육의 최우선 가치”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3주 커리큘럼은 탄탄하다. 1주 차에 성서적 가정관을 세우고, 2주 차에는 대화법과 성(性) 강의를 통해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실질적 방법을 익힌다. 3주 차에는 소비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하나님 나라 가치에 입각한 물질관을 정립하도록 돕는다. 강의 외에 눈에 띄는 것은 기존 결혼 커플인 ‘조장’이 이끄는 소그룹이다.

목회자에게는 털어놓기 어려운 고백들이 이 자리에서 흘러나온다. 1주 차 강의 후엔 ‘프리페어(PREPARE) 검사’로 관계를 진단하고, 전문 상담사가 각 커플과 2:1로 매칭돼 심층 상담을 진행한다. 결혼 후에는 장년 목장에 연결되고, 일부는 다시 조장으로 섬기며 다음 커플에게 손을 내민다.

조 목사는 “믿음이 좋다는 커플들조차 서로 손을 맞잡고 기도해 본 경험은 드물다”며 “기독교 신앙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서로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육 과정에서 드물게 파혼을 선택하는 커플에 대해서도 그는 소신을 밝혔다. “외적 조건에 이끌려 확신 없이 준비하다가 하나님의 가치관을 깨닫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면, 그 또한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결혼은 하나님의 비전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혼인 서약문을 기도하며 써보라”

분당우리교회 제공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결혼식 아닌 결혼을 준비하자’는 대원칙 아래 15년째 ‘우리결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3월 개강해 3주간 진행하며 평균 30커플이 이 과정을 수료한다. ‘남녀의 차이’, ‘사랑이 묻어나는 대화법’, ‘성경적 경제관·결혼관’ 강의와 함께, 경기 가평 우리마을에서 신혼·중년 부부가 예비부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선배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설창석 가정사역부 목사는 “수강생들은 결혼식 준비보다 부부 갈등 해소법 등 실제 결혼 생활에서 마주할 법한 내용을 주로 묻는다”고 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도 있다. 그는 “결혼은 인간이 타락하기 전부터 하나님이 처음 만든 제도이자 약속”이라며 “하나님 앞에 예배하는 마음으로 혼인 서약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이에 관한 관심이 비교적 적다”고 했다.

분당우리교회 제공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집이나 스드메, 결혼식 손님 대접보다 중요한 건 혼인 서약문입니다. 믿음 안에서 결혼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서약문을 기도하며 진지하게 써볼 것을 권합니다.”

먼저 부모를 떠나야 부부로 선다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역시 매년 3주간 40커플을 대상으로 결혼예비학교를 연다. 부부의 성과 성경적 경제관, 각자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해 소통하는 대화법까지 아우른다. 커리큘럼에서 가장 무게를 두는 주제는 첫 주차의 ‘부모와의 건강한 분리’다.

임요섭 청년2부 목사는 “결혼해 가정을 꾸렸음에도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꽤 만났다”며 “부모와 건강한 독립이 이뤄져야 부부 관계뿐 아니라 자기 신앙도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일교회 제공

그는 결혼을 준비하는 기독 청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결혼식이 아닌 결혼식 이후의 건강한 결혼 생활에 집중하세요. 결혼이라는 과정 가운데 그리스도를 더 깊이 알아가는 예비부부가 더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김아영 김수연 박효진 양민경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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