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누가 써?” 옛말…밀크티·뷰티·패션까지 MZ 취향 파고드는 중국 브랜드

지난 16일 오후 6시40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이달 가오픈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 ‘아운티제니’ 매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바로 옆 ‘차백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의 ‘헤이티’ 역시 주문을 기다리거나 음료를 들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한잔에 6000~7000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매장은 젊은 소비자들로 활기를 띠었다.
한때 ‘초저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중국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콘셉트를 앞세워 국내 MZ세대의 취향을 파고들고 있다. 마라탕과 탕후루로 시작된 식문화 확산을 넘어 차(茶)문화와 뷰티,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C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밀크티로 대표되는 차 브랜드의 진출이 거세다. 2022년 미쉐를 시작으로 2024년 차백도, 헤이티, 지난해 아운티제니까지 잇따라 한국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여기에 ‘동양의 스타벅스’를 표방하는 차지(CHAGEE)가 최근 국내 진출을 공식화하며 가세했다. 차지는 2분기 중 강남·용산· 신촌에 매장을 동시 오픈할 계획이다.

뷰티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84% 증가한 7176만 달러(약 106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연스러운 연출을 중시하는 K뷰티와 달리 글리터와 속눈썹 등으로 포인트를 강조하는 중국식 화장법 ‘도우인 메이크업’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중국 뷰티 브랜드가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화려한 공주풍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플라워 노즈’는 최근 무신사 뷰티 입점 후 검색량이 약 650% 폭증하며 아이메이크업 카테고리 월간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은 오프라인 채널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최근 플라워 노즈를 입점시키며 C뷰티 가능성 시험에 나섰다. 시코르 관계자는 “글로벌 Z세대의 트렌드와 인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색조 브랜드를 도입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난다. ‘쉬인’과 ‘테무’ 등 초저가 플랫폼이 저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수십만원대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는 소비층도 형성되고 있다. 편집숍 무신사 엠프티에 입점한 ‘로어링와일드’, ‘슈슈통’, ‘펑첸왕’ 등 18개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1% 증가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브랜딩을 무기로 과거의 모방·저품질 이미지를 벗겨내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의 반중 정서가 여전한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반중이라 정치적 태도와 개인의 소비 행동이 분리되는 이중적 인지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젊은 소비층 입장에선 정치적 감정보다 제품 자체의 매력과 트렌드 적합성이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마케팅 측면에서 중국 색채를 덜어내고 글로벌 감성을 입힌 ‘탈국적화’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중 무비자 입국 정책에 따른 교류 확대도 소비 장벽을 낮추는 기폭제가 됐다. 현지 여행이 수월해지면서 ‘중티다스’(중국 현지 아디다스)나 ‘상하이 왕홍 메이크업’ 등이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소비되며 심리적 거부감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브랜드가 독특한 디자인과 새로운 감성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현재의 인기가 일시적 유행으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제품력과 기술 경쟁력,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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