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 앞에 선 '오체투지' 스님들 "살생을 멈춰라"

유지영 2026. 3.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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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노위 스님들 "전쟁 일으킨 자, 불교에서는 죄로 본다"... 일반시민들도 참여해 미국 규탄

[유지영, 이정민 기자]

▲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미 대사관 앞까지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가 진행되고 있다.
ⓒ 이정민
1시간 30분 넘도록 오체투지를 이어가던 스님들이 미국 대사관 앞에 도착하자 "살생을 멈추라"고 외쳤다. 미국의 이란 침공에 항의하는 스님들의 목소리는 크고 강력했다.

17일 오후 1시 30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실천불교승가회 스님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오체투지에 돌입했다. 미국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침공하고 한국 등 다섯 개 나라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에 분노해 나선 것이다. 이날 오체투지는 조계사에서 출발해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를 지나 미 대사관 앞까지 이어졌다.

오체투지는 이마와 두 팔, 두 무릎을 땅에 내맡기는 불교의 기도 행위다.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중동의 전쟁과 살육, 그리고 어린아이까지 참상을 당한 현장이 사그라들기를 바라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10여 명의 스님과 일반인 참여자 6명이 오체투지를 하고, 다른 스님들과 시민들은 그 옆에서 "전쟁을 멈춰라", "군함 파견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든 채 따라 걸었다.

12세 학생도 목소리 내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
▲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미 대사관 앞까지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가 진행되고 있다.
ⓒ 이정민
▲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미 대사관 앞까지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가 진행되고 있다.
ⓒ 이정민
▲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미 대사관 앞까지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가 진행되고 있다.
ⓒ 이정민
양 집행위원장은 "죄에 경중은 있겠지만, 불교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든 전쟁을 일으킨 자는 엄청난 죄를 짓는다고 보고 있다. 전세계에 가난한 사람들은 이 전쟁에 생활마저 힘든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이 전쟁은 즉각 멈춰야 하고, 살생과 폭격도 멈추고 중동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스님들께서 직접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미 (한국)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기 때문에 더는 전쟁으로 살생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한국 정부도 다른 나라처럼 즉각 군함 파견을 거부해야 한다. 미국 눈치를 보는 나라에서 탈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 눈길을 끈 건 자진해서 피켓을 들고 스님들과 함께 종로 거리를 따라 걸은 열두 살 송지우 학생이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지금 한국에서는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다같이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몽 스님(사노위 위원장)은 "전쟁의 당사자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먼저 시작한 폭격을 멈추어야 한다"면서 "이란도 맞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전쟁 일으키고 살생 지시하는 일은 무거운 일이 돼 업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잠시 멈춰서서 피켓을 읽거나 오체투지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시경 스님(사노위 부위원장)은 "모두 욕심으로 인해 남을 죽이고 해코지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욕심을 차리지 않고, 덜 차리려고 애를 쓰면서 스스로의 위치에서 만족해야 이런 일도 덜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미 대사관 앞까지 군함파견을 반대한다! 전쟁과 살생을 멈춰라! 평화를 위한 오체투지가 진행되고 있다.
ⓒ 이정민
스님들 뒤에서 끝까지 오체투지에 참여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자신이 침략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의 부담을 분담시키기 위해 동맹국에 참전을 요구하는 몰염치하고 무례한 전쟁광 트럼프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의 법으로 트럼프를 징벌해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오체투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불의한 침략 전쟁에 대한민국이 동참하지 않도록 기막힌 트럼프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요청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일반인 참가자로 끝까지 오체투지에 참여한 고현주(62)씨는 "평소 일상 생활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데 오체투지는 처음 해보았다"면서 "있어서는 안 될 전쟁이 일어났고, 이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의 오체투지는 정산 스님의 목소리로 끝을 맺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일어난 다툼의 전쟁의 역정이 지혜와 자비의 빛으로 녹아 사라지게 하옵시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불법을 펼치게 하옵소서. 무기를 들었던 손은 평화의 꽃을 들게 하시고, 사병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생명의 평화와 지혜를 얻게 하소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백성들을 잃어버린 가족과 삶의 터전을 위해 자비와 광명이 도로 비추어 상처입은 마음들을 치유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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