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체 썩는 냄새 난다” 신고에…당뇨괴사로 고통 받던 노인 구한 경찰

장은현,이주은 2026. 3. 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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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다세대주택 앞.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독산파출소 소속 고병진(54) 경감은 4.5평(약 15㎡) 원룸에서 홀로 당뇨 투병 중이던 정모(68)씨를 발견했다.

고 경감의 끈질긴 설득에 정씨는 치료를 받기로 했고 지난달 인근 병원에 입원한 뒤 두 차례 종아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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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산파출소 소속 고병진(54) 경감이 지난달 3일 독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정모(68)씨를 만나 치료 받을 것을 설득하고 있다. 고병진 경감 제공

지난달 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다세대주택 앞.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독산파출소 소속 고병진(54) 경감은 4.5평(약 15㎡) 원룸에서 홀로 당뇨 투병 중이던 정모(68)씨를 발견했다.

오랫동안 당뇨를 앓아온 정씨는 최근 병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왼발이 썩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을 겪고 있었다. 왼발은 뼈가 보일 정도였고 떨어진 살점에서 진물이 흘러 코를 찌르는 악취가 건물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고 경감이 정씨에게 입원을 권유했지만 정씨는 처음에는 치료받기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고 경감은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다고 보고, 다음 날 다시 정씨 집에 방문해 그의 사정을 들었다.

고 경감에 따르면 정씨는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태였다. 병원 치료를 거부한 것도 수술비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내와 이혼한 뒤 자녀들과도 연락이 끊긴 그는 주변 사람과 교류를 끊은 채 대체로 집에서만 생활했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머리맡에 전자레인지와 햇반, 김치를 두고 간간이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건물 관리인 등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정씨는 월세도 수개월째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17일 정씨의 집 우편함에는 정씨 이름으로 날라 온 건강보험료 납부 고지서 2통과 세금 납부 고지서 3통이 쌓여 있었다. 지난해 12월분으로 청구된 전기요금 1만7840원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고 경감은 “(정씨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로 마음이 상한 상태였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용기도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고 경감이 정씨의 자녀들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 경감은 금천구청에 도움을 청해 수술비와 입원비 등을 지원받았다. 고 경감의 끈질긴 설득에 정씨는 치료를 받기로 했고 지난달 인근 병원에 입원한 뒤 두 차례 종아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고 경감은 수술 이후 정씨의 거동이 불편해진 점을 고려해 구청에 정씨의 주거지를 1층으로 옮길 수 있도록 협조 공문을 보냈고 주거비와 청소 서비스, 휠체어 지원도 대신 요청했다. 건강을 찾은 뒤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장애인 일자리 매칭 서비스도 신청할 예정이다.

고 경감은 “홀로 사는 노인 중에서는 발견되지 못하고 끝내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작은 관심과 손길 하나로 한 사람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장은현 이주은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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