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또 다른 '뚜안'을 지켜주지 못했나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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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4일 오후, 이천 경기도의료원 장례식장 국화 7호실에서 그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다. 베트남 응에안성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스물셋의 청년, 응우옌 반 뚜안은 영정 속에서 서글서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박성우 |
태어날 때부터 이웃집에서 자라 친형이나 다름 없었다는 A씨는 이번 설 명절에 고인과 함께 고향 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A씨는 "뚜안은 친절하고, 착하고,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많은 사람이었다"며 고인을 함축적으로 설명한 그는 '이미 기자 분들께 많은 말씀을 드려 더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더 질문을 건네기 어려웠다. 혹여나 마지막으로 주실 말씀이 있냐는 말에 그는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한 명이라도 조문해주길 바랐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안전장치 없던 컨베이어 벨트 점검하다 숨진 23살 베트남 청년
고인은 경기도 이천의 한 자갈 가공업체에서 2024년 5월부터 2년 가까이 일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대형 컨베이어 벨트를 담당하는 인원은 세 명이었지만 사고가 일어나기 2주 전부터 두 명으로 줄었다. 일하던 직원이 퇴사했지만, 인원 충원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일어난 지난 10일, 과부하 신호가 울리자 뚜안씨는 점검을 위해 홀로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에 다가갔다. 점검 중에는 가동을 중지해야 하지만 가동 중지는커녕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방호덮개나 펜스조차 없었다.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었다.
끼임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나서야 내려가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다. 새벽 2시 40분경. 고용허가제를 통해 스무 살 나이로 한국에 와 2년 반을 내리 일만 했었던 6남매 중 장남의 몸은 차갑게 식어갔다. 사인은 신체 여러 곳이 손상됐다는 '다발성 손상'이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것인가"
고인의 죽음에 사측도 처음에는 2인 1조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 가동을 중지하지 않고 점검을 지시한 점을 인정했으며, 사과의 뜻을 밝혔고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도 보였다는 게 유족을 대리하는 단체의 설명이다.
그러던 사측이 지난 13일, 대형로펌의 변호사를 대동한 후 태도가 변했다는 게 유족을 대리하는 단체 측의 주장이다.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의 이용덕 활동가는 "사측 대리인이 우리에게 '진짜 대리인이 맞나'라고 물었다"라며 "당연히 유족의 동의를 받아 대리를 맡았다. 베트남 이주여성인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가 유족과의 통역을 담당해주셔서 위임을 받았고 위임장까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유족 서명을 받은 위임장까지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대리인으로서 인정을 안 해주고 있다"며 "이건 유족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다. 대리인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12일에 빈소를 차렸다. 마음 같아선 하루라도 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회사가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협의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며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것인가.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며 일터에서 죽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장담했는데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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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뚜안의 어머니는 고태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사람이 왔다' 활동가를 통해 고인의 유족에게 조의금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직접 쓴 글에서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으로, 이 슬픔을 깊이 이해하며 함께하고 싶다. 멀리 있어 직접 찾아뵙지 못해 이렇게 마음을 대신 전한다"고 위로의 마음을 건넸다. 사진은 어머니가 전한 조의금 봉투. |
| ⓒ 고태은 활동가 제공 |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그녀의 어머니는 고태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사람이 왔다' 활동가를 통해 고인의 유족에게 조의금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직접 쓴 글에서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으로, 이 슬픔을 깊이 이해하며 함께하고 싶다. 멀리 있어 직접 찾아뵙지 못해 이렇게 마음을 대신 전한다"고 위로의 마음을 건넸다.
또한 뚜안씨의 어머니는 유족과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정의를 꼭 찾길 기원한다"면서 "한국의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안내하는 것을 믿고 따라 고인을 위한 정의를 이루길 바란다"며 한국 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선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근본적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전국 이주노동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의 서두에서는 뚜안을 포함해 지난 3주 동안 숨진 6명의 이주노동자를 추모했다. 고인들을 명복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들의 신상을 옮긴다.
[함께 기억해야 할 이름들]
▲ 2월 28일 전남 영암 대불산단 대한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선박블록에 깔려 숨진 35살 캄보디아 노동자 톰 소띠에 (TOEM SOTHEA)
▲ 3월 8일 충남 서산 오토밸리 금속제련 공장에서 지게차 충돌 후 자재에 깔려 숨진 50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 3월 10일 경기도 이천 자갈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23살 베트남 노동자 응웬 반 뚜안 (NGUYEN VAN TUAN)
▲ 3월 12일 전북 부안 플랜트 공장에서 기계에 목이 끼어 숨진 24살 태국 노동자 티타완
▲ 3월 13일 김포 대곶면 공장 기숙사에서 아침에 숨진 채로 발견된 30대 미얀마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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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선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근본적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전국 이주노동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의 서두에서는 뚜안을 포함해 지난 3주 동안 숨진 6명의 이주노동자를 추모했다. |
| ⓒ 이주노동자차별철페네트워크 사람이왔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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