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韓 ADR 분위기 바꿀 SK하이닉스…최태원 회장의 '랜드마크 딜' 예고장
GTC 2026서 공식 언급…빠른 추진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검토가 공식화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특히 과거 사례와 달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ADR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딜이 성사될 경우 잠잠했던 국내 상장사의 ADR 발행에 '랜드마크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술자 콘퍼런스 'GTC 2026' 현장에서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국 주주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발언의 무게감이다. GTC는 글로벌 테크 기업과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다. 이런 무대에서 그룹 회장이 직접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도 예상보다 빠른 추진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ADR 발행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도 관련 준비 움직임이 감지된다.
SK하이닉스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검토 중"이라는 공시를 낸 뒤 이번 정기주총에 자사주 보유·처분을 위한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상법 개정 이후 정관 정비 사례가 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ADR 발행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해외 예탁증서(DR) 발행 역사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포항제철과 한국전력을 시작으로 뉴욕증시에 국내 기업의 ADR이 거래되기 시작했고, 런던에는 한국이동통신이 문을 두드렸다.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DR을 발행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자본시장 진출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상장된 DR의 대부분도 이 시기 첫 거래를 튼 종목들이다.
다만 그 성격은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 당시만 해도 DR 발행은 외자 유치를 위한 창구에만 머물렀으며, 한국 기업이 국제 자본시장에서도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후 DR 발행 흐름은 점차 잦아들었고, 최근에는 ADR 대신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하이닉스 역시 과거 DR 발행 경험이 있다. SK의 품에 안기기 전, 하이닉스반도체 시절이다. 당시 현대전자는 IMF 이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이후 사업부를 모두 매각했음에도 채권단 공동관리하에 들어가게 됐다. 이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마련의 통로로 GDR이 활용됐다.
30년이 지난 지금, SK하이닉스의 ADR 추진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 ADR 발행이 추진 단계에 들어갈 경우 국내외 투자은행(IB) 간 주관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는 대형 반도체 기업의 ADR 발행은 자본시장에서도 흔치 않은 '랜드마크 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미 회사 내부에서는 다양한 주주환원 방안을 놓고 여러 해외 IB와 물밑 접촉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그룹을 담당하는 주요 증권사의 커버리지 조직도 관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분위기 파악에 나선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ADR 발행은 자본시장에서도 흔치 않은 딜"이라며 "국내 기업의 해외 DR 발행 가운데서도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epark@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opyright © YONHAPINFO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