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역 18개월인데 공보의 36개월"…복무기간 단축 절실
의과 공보의, 1년 새 37.2% 급감…의대생 기피 뚜렷
“지역사회 의료·돌봄 수요 확대…지역의료 악화 우려도”

군 의료와 지역 의료를 담당해 온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이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복무기간 단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역병 의무복무기간이 2년 미만으로 운영되는 반면, 군의관과 공보의는 과거부터 36개월 복무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를 단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의관·공보의 확충 및 제도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현재 공보의 제도는 급격한 인력 감소와 복무제도의 한계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공보의 수급난은 이미 예견돼 온 구조적 문제로, 사후적 수습이 아닌 선제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보의는 의사 면허를 가진 병역 의무자가 장교 신분으로 36개월 동안 복무하며 농어촌 보건소·보건지소 등에서 진료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의과 공보의 규모’에 따르면 의과 공보의는 2025년 945명에서 올해 593명으로 37.2% 줄었다. 올해 신규 편입 인원도 98명으로 복무가 끝나는 인원(450명)의 22%에 불과하다.
군의관 역시 감소세다. 2013년 662명 수준이던 군의관은 2026년 225명으로 약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700명 이상이 꾸준히 편입됐지만 2021년에는 500명 내외, 2024년 이후에는 2년 연속 250명 미만으로 줄었다”며 “이는 단순한 단기 변동이 아니라 공보의 제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우려하게 하는 구조적 감소”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올해부터 시행되는 통합돌봄사업 등 지역사회 의료·돌봄 수요는 유지되거나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온 공보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의 수급난은 단순한 인력 감소가 아니라 지역의료와 지역 돌봄의 기반이 동시에 약화되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인력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복무기간이 꼽힌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이지만 군의관·공보의는 36개월로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의대 내 여학생 비중 확대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와 의대생 군 휴학 증가까지 겹치면서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대생들도 군의관·공보의 기피 이유로 긴 복무기간을 꼽았다. 지난해 대공협이 전국 공보의 320명과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의대생 97.9%가 긴 복무기간을 기피 이유로 지목했다.
해당 직역을 희망했던 응답자의 83.4%는 복무기간이 현행 36개월로 유지될 경우 현역병 입대로 이탈할 수 있다고 답했다.
복무기간을 단축할 경우 복무 희망 비율은 크게 증가했다. 복무기간을 30개월로 줄이면 희망자는 19.4%, 26개월은 62.9%, 24개월은 94.7%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은 복무기간 개선 외에도 ▲지역 이동권 및 응급이송 인프라 확충 ▲공보의 업무의 보건사업 중심 개편 ▲지역 민간의료기관·공공병원 연계와 경력 인정형 복무모델 도입 ▲법적 책임과 지도체계 정비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공보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젊은 의사의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법적 책임, 임상적 지원, 처우가 균형 있게 갖춰진 정상적인 복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결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이사는 ‘공보의·군의관 복무기간 현실화의 당위성과 개선 방향’ 주제 발표에서 “복무기간 단축은 관련 법률 개정만으로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즉시 시행할 수 있다”며 “군의관과 공보의 수급 위기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단기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급여를 인상하더라도 36개월이라는 기간 자체가 이탈의 주된 요인인 만큼 급여 조정만으로 충분한 유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처우 개선은 병행 과제로 의미가 있지만 복무기간 단축을 대체할 정책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군의관·공보의 의무복무기간을 3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고, 기초군사교육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지역 이동권 보장과 응급이송 인프라 확충, 공공의료기관과의 연계 등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군의관·공보의 제도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인력 확충과 복무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복무기간 문제를 비롯해 근무환경과 처우, 보상체계 등 제도 전반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젊은 의사들이 해당 제도를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의협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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