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미리보는 FOMC…이란發 혼란에 깊어지는 Fed 고민
고유가·고용 침체에 셈법 복잡
17~18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첫 회의다. 이번 전쟁으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닿는 원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뛰면 곧이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닥친다. 상승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미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Fed는 매파(통화 긴축)적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적어도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Fed가 현재 연 3.5~3.75%인 기준금리를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99.2%로 반영하고 있다. 오는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75.5%로 본다.

금리 인하는 섣부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후임으로 '비둘기(통화 완화)파'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소한 이란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습하면서 유가는 급등했다. 이후 2주가 지났지만 양측 간 공격은 계속되고 있고, 유가 상승세도 풀리지 않으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만 커진 상황이다.
윌리엄 블레어의 리처드 드 샤잘 거시경제 분석가는 "현재 기대했던 금리 인하는 일단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라며 "유가 급등이 일시적인 경우도 많지만 Fed는 이를 확인할 증거를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달 FOMC에서는 매파적인 기조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또다시 Fed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늦는(too late) 파월 Fed 의장은 어디 있는가"라며 "그는 다음 회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 이후 경로는…금리 인하 전망 미루는 시장

시장은 이번 FOMC 회의에서 나올 당국자들의 금리 전망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은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 시점을 미루고 있다. 당초 오는 6월과 9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9월과 12월로 금리 인하 전망을 후퇴했다. 골드만삭스는 "9월까지 고용시장 둔화와 기초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모두 금리 인하의 근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이르고 더 큰 폭으로 약화될 경우 더 이른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Fed가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0.25%씩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충격에 올해 첫 금리 인하를 9월이나 12월까지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6~12일 로이터 통신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경제학자 96명 중 63명은 Fed가 오는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연말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은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중간값 기준으로 11월 중간선거 전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타났다. 다만 올해 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치거나 아예 없을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약 40%에 달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경제학자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대다수는 연말까지 두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고용 침체 얽혀 복잡해진 Fed 셈법
시장의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해야 한다.
Fed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이란 전쟁 발발 전부터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졌음을 나타냈다. 지난 13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으나,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대표지수 상승률은 전달(2.9%) 대비 둔화했지만, 근원 지수는 전달(3.0%)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이달 물가 지표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16일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21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93.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물가는 점차 높아지는 국면인데, 노동시장은 둔화하고 있다. 지난 6일 미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5만명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 예상치(다우존스 집계)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실업률은 올해 1월 4.3%에서 2월 4.4%로 상승했다.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이라는 이중 책무 간 균형을 맞춰야 하는 Fed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다.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UBS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이코노미스트는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 측면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로 인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신호가 있다"며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명확하지 않기에 Fed는 자신들의 두 가지 책무 중 어느 쪽이 더 큰 지원이 필요한지 지켜보며 기다리게 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운송비, 식료품 등 가격으로 전이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데트마이스터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약 0.05%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Fed가 일반적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근본적인 경제 전망을 바꾸려면 크고 장기적인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나, 자연재해 같은 요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상호관세 부과 당시 당국자들은 대개 관세가 일회성 가격 상승을 유발할 뿐 인플레이션을 영구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을 것이라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동발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미국 노동 시장 둔화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Fed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리스토프 발츠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통화 완화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보다는 인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디티아 바베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2022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며 투자자들이 올해 Fed의 금리 경로를 잘못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실업률은 4% 미만에 인플레이션은 5%를 넘은 상태였고,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두둑한 상태였다"고 짚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직 안 죽었어?" 70차례 폭행당한 택시기사 의식불명
- 다주택자들 '버틴다'던 황현희 "부동산 시장 안정 바란다"
- "돈은 남자가 벌어야지" 여성 83%가 동의…30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이 나라'
- "역대급 불장에 수십억 벌었어요"…사장보다 많이 받은 증권사 직원들
- "화가 나서 바로 취소했다" 넷플릭스 구독 해지하는 일본인들, 무슨일?
- 한국인 단골 점심인데…"설탕보다 10배 치명적" 의사가 경고한 '췌장 망치는 음식'
- "성과급 1인당 4.5억 받아야" 요구에 삼성전자 발칵…"왜 너희만" 부글부글
- 김장훈 "차마 거절 못해 수술비 감당…그 뒤로 날 아빠라 부르는 존재 생겼다"
- "연 1.7%면 무조건 빌려서 투자?" 학자금 대출로 '빚투'하는 대학생들
- 물가 600% 치솟았는데 월급은 몇 년째 그대로…분노한 베네수엘라 국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