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측 "명품 수수 인정하지만 대가성 없는 축하 선물"
[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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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가 9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현대판 '매관매직' 사건으로 불린 김건희씨 알선수재 혐의 재판이 17일 시작됐다. 김씨에게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아 이날 법정에 선 인물은 총 4명. 금품 합계는 약 3억 원이다. 김씨 측은 일부 물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사 청탁이나 사업 특혜와는 무관한 사교적 선물, 구매 대행에 불과하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김씨 측은 일부 물품 수수를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 배우자로 신중한 처신을 하지 못한 점에 깊이 반성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먼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목걸이를 수수한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알선의 대가성은 명확히 부인한다. 첫째 피고인은 이봉관 회장으로부터의 목걸이 수수를 인정하지만 청탁과의 대가 관계는 부인한다. 이봉관 회장의 목걸이는 당선 취임 축하 선물이었을 뿐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막연한 기대로 목걸이를 전달했다. 피고인은 (이 회장의 큰 사위) 박성근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에 전혀 개입한 바 없다. 목걸이와 브로치도 2023년 이봉관에게 돌려줬다."
앞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낭독하며 김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반클리프 목걸이(5560만 원)와 티파니 브로치(2610만 원), 그라프 귀걸이(2210만 원) 등 총 1억 380만 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265만 원 상당의 금거북이를 수수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특검 측 주장대로 '국가교육위원장 임명'이 대가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앞서 김씨가 이 전 위원장에게 고가의 화장품을 선물한 적이 있는 만큼 답례 차원에서 금거북이가 건네진 걸로 이해했다는 취지다. 금거북이를 "두 사람의 친분관계에 따른 선물"이라며 "인사청탁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사업가 서성빈씨에게 로봇개 사업 지원을 부탁받고 39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건네받았다는 의혹 역시 부인했다. 시계는 '구매 대행'을 의뢰했을 뿐 어떤 청탁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국민의힘 공천을 대가로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수 사실뿐 아니라 청탁 혐의도 부인했다. "공소사실 자체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림을) 수수했다는 것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고 청탁 내용 역시 불분명하다"며 "관련자인 김상민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최재영 목사로부터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대가로 53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았다는 의혹 관련 "가방 수수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본 건은 선친과의 친분을 내세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몰카 함정이었을 뿐 어떤 직무 청탁도 오간 적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여사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처신에 뼈져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부주의한 처신에 대한 비판과 형사 처벌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특검은 직접 증거 없이 사후적 결과만으로 범죄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나란히 선 '공여자' 4명의 변론 취지는 제각각이었다. 앞서 특검 측에 자수서를 제출했던 이봉관 회장 측은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특검 측 증거에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 측 요청에 따라 이날 변론은 종결됐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모든 걸 잘못했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회장의 발언 동안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서성빈씨 측 변호인은 "2022년 8월 김씨와 만났을 때 김씨가 해외 순방할 때 착용할 명품 시계가 필요하다고 해서 부탁을 받아 롯데백화점에서 구매대행을 해줬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김건희 피고인에게 5만 원권으로 500만 원을 받았고, 나머지 3000만 원은 피고인이 '어머니가 구속 상태라 통장 사용이 어렵다고, 해결되는대로 주겠다'고 해서 기다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후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고 어떤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배용 전 위원장 측 역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김씨가) 200만 원, 60만 원 정도의 고가 화장품을 여러차례 선물해, 그 대가의 선물을 답례로서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세한도라는 그림은 이배용 피고인이 전달한 게 아니다. 한지살리기재단이 한지 홍보를 위해 전달해달라고 부탁해 김건희 피고인에게 대통령실에 홍보용으로 붙여달라며 전달됐는데 그게 둔갑해 청탁이 됐다"고 반박했다.
최재영 목사 측은 "내용을 좀 더 검토해보고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4월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재판을 여는 등 집중심리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오는 20일 증거인부 절차를 마무리한 뒤 26일 오후에는 혐의를 자백한 이봉관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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