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도 못 튀기는 상황, 화장터도 멈췄다…중동 전쟁에 '글로벌 에너지' 쇼크

심성아 2026. 3. 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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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쇼크'로 인한 시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원유와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공장의 문을 닫았다. 일부 국가에서는 화장터와 식당의 불도 내리는 등 일상까지 위협받는 위기에 직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 정부가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해상 운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는 휘발유와 디젤 공급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와 관계없이 에너지 확보가 중요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이란 전쟁 초기 어느 시점에는 주유소 판매 가격이 국제 기준치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임에도 자국 내 수요를 맞출 만큼의 원유를 생산하지 못한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제기술 경쟁에 밀려 호주에는 노후화된 정유소 두 곳만 남아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연료는 전체 소비량의 4분의1 미만이다. 나머지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호주의 유가 상승은 호주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공급망에 지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루리온 드 멜로 맥쿼리대 선임 교수는 "호주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산 디젤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그 영향이 전 세계로 번질 것"이라며 "대안이 될 만한 공급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호주가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광농업 상품은 디젤 소비가 가장 많은 산업군에 속한다. 드 멜로 교수는 "의료와 운송 분야도 연료 부족 사태에 가장 취약한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의 주요 연료 공급업체들은 이미 스폿 판매를 중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원유가 부족할 것으로 보이니, 여유분에 대한 일회성 거래를 멈췄다는 뜻이다.

산업 현장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농민들은 연료값 폭등이 계속될 경우 파종기를 앞두고 경작지가 방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운송업계는 외곽 지역의 연료 공급 부족으로 늘어난 물류비용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는 비상시를 대비해 한달치의 디젤과 항공유, 가솔린을 비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고하는 90일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호주 정부는 대량 수입업자와 정유소의 의무 비축량을 20%가량 더 낮췄다.

일본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제조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최근 생산 감축을 발표했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플라스틱병, 건설자재, 가전제품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일본은 나프타의 60%를 해외에서 조달하는데, 그 수입량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조엘 샤이먼 펠햄 스미더스 어소시에이츠 선임 애널리스트는 "다운스트림으로 갈수록 수많은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가 석유 제품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너지 대란에 일상 멈춘 남아시아 국가들

걸프 국가들에 가스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남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대란으로 일상이 멈췄다. 인도의 화장터는 시신 화장을 위한 가스 사용을 중단했다. 식당은 튀김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파키스탄 공무원들은 주 4일 근무에 돌입했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대학교가 문을 닫고 시험이 취소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국민들에게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 전역에서는 조리용 액화석유가스(LPG)를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사재기, 절도, 바가지요금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LPG를 많이 수입하는데, 전체의 60%를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여온다.

인도 정부는 식당에서 석탄이나 등유와 같이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배출되는 연료로 조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도 국립레스토랑협회는 50만 회원사들에 운영 시간 단축을 고려하고, 장시간 끓이거나 튀겨야 하는 메뉴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 등을 권고했다.

살레 시블리 방글라데시 총리 대변인은 "타리크 라만 총리는 집무실 전등의 절반만 사용하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에어컨도 켜지 않는다"며 "이러한 절약 조치는 전국의 모든 관공서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는 에너지 소비량의 95%를 수입한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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