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취소 거래설', 김어준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조성식의 통찰]
[조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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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와 장인수 기자가 대화하는 모습 |
| ⓒ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캡처 |
그런데 장 기자가 제시한 '팩트'는 유튜브 울타리를 뛰어넘어 언론 영역으로 넘어갔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한 게 아니라 사실 보도 형식을 취했다. 내용도 메가톤급이다. 대통령 최측근인 정부 고위관계자가 '대통령 뜻'이라며 고위직 검사 다수에게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검사들은 이를 '거래'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정도 중대 사안이라면 게이트 키핑과 팩트 체크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매체에서 사전에 크로스 체크가 이루어졌는지, 보도 근거인 제보자의 '전언'에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객관적 검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론 차원에서라도 당사자로 추정되는 정부 고위직 인사에게 확인했는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점에서 발언 당사자 못지않게 매체와 대표자의 책임이 거론되는 것이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보유한 유튜브 기반 언론사다. 전·현직 기자와 정치인, 공무원, 법조인 등이 매일같이 출연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사실'을 보도한다. 어느 정치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더러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나 추론 또는 뇌피셜을 사실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어쨌든 언론사라면 언론 자유만 외치지 말고 책임도 져야 한다. 뭐 이것도 재래식(전통) 언론의 문법이라고 주장한다면 더 논할 가치가 없겠지만.
김어준씨와 뉴스공장의 책임
뉴스공장에 책임을 묻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이런 보도가 TV조선이나 오마이TV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사방에서 '무책임한 언론' 어쩌고 하면서 성토했을 것이다. 일종의 뉴미디어인 뉴스공장은 재래식 언론사 소속 두 매체와 비교해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여론 영향력으로 보면, 매일 아침 동시접속자 수가 수십만에 이르고 누적 조회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뉴스공장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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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는 중수청과 공소청 설립으로 무소불위 검찰권력을 쪼갰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떼어냈다. 검찰개혁 대전제인 수사·기소 분리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진보 진영 일부에서 정부안을 성토하는 것은 겉으로는 방법론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검찰개혁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견해는 이미 충분히 제시됐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한테 권력을 뺏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그건 수단과 과정이죠. 진짜 최종 목표는 국민들의 권리 구제예요. 국민들의 인권 보호, 억울한 범죄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가해자를 처벌 제대로 하는 것. 억울한 피해자가 없는 죄 뒤집어쓰거나, 지은 죄 이상으로 가혹하게 대가를 치르지 않게 하는 것. 이 인권 보호가 중요하잖아요. 이게 목표지, 누군가 조직의 권력을 뺏는 게 목표가 아니란 말이에요." - 2026년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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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권한과 기능이 쪼개지는 만큼 조직과 인력과 예산을 줄이는 게 검찰개혁 취지에 맞는다. 그럼에도 고등검찰청을 이름만 바꿔 고등공소청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완수사권도 원칙적으로는 폐지하는 게 옳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안 맞고 향후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과 중수청 수사에 대한 견제와 점검, 또는 이 대통령이 말한 인권 보호 측면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의견을 '반개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권 오남용 우려에 대해 '공소청에서 영장 청구를 거부하거나 기소를 안 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무책임하고 모순적이다. 영장청구권 독점의 폐해를 없앨 방안을 찾거나 수사권 오남용과 인권침해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지, 검사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정부안 반대론에는 합리적인 지적이 많지만, 그것이 배타적 원리주의와 연결되면 위험하다. 우리 쪽 주장이 옳다고 확신하더라도 반대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더 나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사실 이런 얘기는 확증편향과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유튜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 기능을 갖춘 유튜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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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 중인 방송인 김어준씨 |
| ⓒ 김어준의겸손은힘들다뉴스공장 |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매체 대표인 김어준씨의 태도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특종 기자도 오보를 낸다. 논란이 된 몇몇 음모론만 하더라도 아무리 공익성이 있었다고 쳐도, 근거가 부실한 의혹 제기였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이번 사태도 비슷한 양상이다. 비록 출연자에게서 비롯된 문제지만, 진행자이자 대표인 김씨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다만 비판과 매도는 구별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빌미 삼아 뉴스공장의 미덕이나 장점까지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 공격은 저열하다. 보도 내용을 비판해야지, 사람을 비방하는 건 본질을 흐리고 생산적인 논쟁을 방해한다.
검찰개혁 정부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검찰 편'으로 몰아붙이고 대통령까지 '적'으로 간주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소신에 따라 정부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명'이라고 낙인찍는 것도.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검찰개혁인지 차분히 되짚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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