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라는 말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 이대로는 안 된다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2026. 3.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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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헌법 89조가 걸림돌이지만, 명칭 바꿔야

[김종성 기자]

 2024년 10월 21일 당시 심우정 검찰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경찰청의 장을 경찰총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국세청의 장 역시 국세총장으로 불리지 않는다. 이들 권력기관의 장과 달리, 검찰청의 장은 검찰청장 혹은 대검찰청장이 아닌 검찰총장으로 호명된다. '검찰총장'은 정부기관 직제에서 예외적인 명칭이다.

군대에 참모총장이 있지만, '참모'라는 단어로 인해 이 명칭은 겸손해진다.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 중의 수석이라는 의미가 드러난다. 국회사무처의 장도 사무처장이 아닌 사무총장이고 서울대학교의 장도 교장이 아닌 총장이지만, 이들은 권력기관의 장이 아니므로 검찰총장과의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데다가 명칭마저 거창하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검찰총장이라는 명칭, 절대 불변인가?

그런 검찰총장 명칭이 지금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없애야 한다는 의견과 헌법에 명시된 것을 없앨 수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국무회의 심의사항을 나열하는 현행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을 심의사항에 포함시킨다. 헌법에 이처럼 명시돼 있으므로, 헌법이 아닌 하위법으로 검찰총장 대신 공소청장 같은 명칭을 도입하면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제16호의 구조적 특징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포괄적 의미를 띠는 직함들이 이 속에 들어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대한민국 군대에 '각군참모총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군참모총장 등이 있을 뿐이다.

'국립대학교총장' 역시 그렇다. 경상국립대학교 총장이나 국립목포대학교 총장 등이 있을 따름이다. "국영기업체 관리자"도 마찬가지다. 제16호가 이처럼 포괄적 의미의 직함들을 열거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총장 명칭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쪽에서 이 명칭이 과연 현행 헌법하에서 절대불변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총장 명칭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6일 '엑스'에 쓴 글에서 그는 "헌법은 검찰사무 주체로 검사를, 검찰사무 총책임자로 검찰총장을 명시하고 있어서 검찰사무 담당 기관명은 검찰청이 상식적으로 맞습니다"라며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검사를 공소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것은 과유불급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검찰이 본연의 사명에 충실했다면, 그 명칭이 어떻든 국민들이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조직의 적폐가 그동안 부정적 영향을 끼쳤기에 지금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명칭 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논란의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런데 검찰이 끼친 부정적 영향이 아니더라도,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은 검찰 본연의 소명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속에 담긴 권위주의적 뉘앙스는 검찰이 채택한 연구 용역에서도 나타난다.

2012년에 '대검찰청 정책연구 용역과제'로 선정된 <현행법상 검찰총장의 지위>라는 연구보고서에 '검찰총장의 명칭'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보고서는 "검찰청의 장으로 청장이 아니라 총장이라는 명칭을 선택하여 사용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다음, '검사 조직의 장'을 뜻하는 검사총장이라는 구한말의 명칭이 일제강점기에도 계속 사용되다가 미군정기인 1946년에 검찰총장으로 개칭된 일을 설명한다. 그런 뒤, 이런 결론을 내린다.

"검찰총장이란 명칭은 단순하게 '기관의 장'이란 의미로서가 아니라 검찰권을 행사하는 단독관청인 검사들을 지휘·감독하는 '검사들의 장'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기관장의 의미를 갖는 검찰청장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검찰총장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 공무원의 의견 표시와 달리, 검사의 기소·불기소·구형·상소 등은 피의자·피고인의 법적 처리에 대한 국가의 의사표시라는 법적 성격을 갖는다. 국가를 대표해 의사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독립적 단독관청인 검사들을 지휘하는 존재이므로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맞다는 것이 위 보고서의 설명이다. '일반 공무원들의 장'이 아니라 '단독관청들의 장'이라는 한층 높은 위상을 띠므로 검찰청장이 아닌 검찰총장이 적합한 명칭이라는 설명이다.

대검찰청은 이 보고서에 대해 "현행법의 심층적인 분석과 검토를 통하여 비교적 합리적인 논거에 기초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연구 목적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검찰총장'은 전국 검사들을 하나로 단합시키고자 하는 측에서는 유리한 용어다. 하지만, 검사들의 '도원결의'를 돕고자 검찰청을 설치한 것은 아니다. 설치 목적은 검사들이 기소 및 불기소와 공소유지를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런 일을 하는 데에 전국 검사들의 피라미드형 조직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총장'은 한국 근현대사에 비춰봐도 좋은 명칭이 아니다. 이것의 이전 표현인 '검사총장'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도입됐다는 점뿐 아니라 한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도구였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인 직함이다. 고종황제가 헤이그만국평화회의 특사단을 파견한 일 때문에 강제 퇴위(1907.7.18) 당한 뒤에 발행된 1907년 10월 29일 자 <대한매일신보>에서도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에 인용된 대한매일신보
ⓒ 저작권 만료
이 신문 2면 기사인 '관제 개정 건'은 관제개편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심원을 설립하고 원장 1인, 검사총장 1인을 일인(日人)이 피임(被任)"한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법원의 일부였던 이 시절에 지금의 대법원 격인 대심원 내에 일본인 대심원장과 일본인 검사총장을 둔다는 규정이다. 이처럼 검사총장은 일제의 한국 억압에서 나온 산물이다.

일제의 '검사총장'을 계승하는 말

검찰총장뿐 아니라 검사라는 명칭 역시 일제 침략의 산물이다. 동학혁명 진압을 빌미로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1894.7.23.)한 이후에 벌인 일이 검사제도 도입이다.

대검찰청이 1976년에 발간한 <한국검찰사>는 "1895년 3월 25일의 법률 제1호 재판소구성법이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사법제도의 창시이며 동법(同法)에서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검사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기술한다. 1895년 3월 25일은 친일정부인 제2차 김홍집 내각이 출범(1894.12.17)한 이후였다. 친러시아 성격이 강해지는 제3차 김홍집 내각이 출범한 것은 그해 8월이다.

일본과 친일파가 검사라는 용어를 만든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뒤 이들이 검사들을 앞세워 한국인들을 탄압했다는 점이다. 검사총장과 더불어 검사라는 용어는 그 같은 일제 억압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일본은 독일과 프랑스를 모델로 서구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도 유독 검사총장 제도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내일을 여는 역사> 2009년 제36호에 실린 문준영 부산대 교수의 논문 '한국적 검찰제도의 형성'은 일본 검찰제도가 한국에 끼친 영향을 기술하는 대목에서 이런 설명을 한다.

"프랑스의 법제와 달리 일본의 검사총장은 전국의 검사를 직접 지휘·감독하며, 전국 어디에 있는 검사의 직무라도 자신이 직접 담임하거나 다른 검사에게 맡길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과 각 주의 최고법원의 검사장이 하급의 검사국을 지휘·감독하지만, 연방제국가의 성격상 연방과 각 주정부의 검찰조직은 통일된 조직을 이루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독일에서는 전국의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일본의 검사총장과 같은 존재가 없다."

일본 검사총장은 검찰기구의 관리자이기보다는 전국 검찰의 보스였다. 이는 일본 검찰이 1900년대 이후로 정치검찰의 성격을 띠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이런 검찰문화가 일제 침략을 통해 한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일제 검사총장을 계승하는 검찰총장이라는 용어는 청산돼야 마땅하다. 단순한 일본 문화가 아니라 일제 침략의 산물이므로 식민잔재 청산을 위해서도 없애야 할 명칭이다. 하지만 현행 헌법 제89조 제16호가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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