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맛있는 봄동, 비빔밥만 먹기엔 아쉽다 [쿠킹]

김희경 2026. 3.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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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밥은 종종 대충 먹는 끼니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나를 돌보는 한 끼〉는 그런 혼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페 푸드 전문가 김희경 카페시트롱 대표가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한 접시를 소개합니다.

나를 돌보는 한 끼 ③ 봄동 주먹밥과 맑은 소고깃국

살짝 데친 봄동을 밥에 섞어 만든 주먹밥(왼쪽)과 봄동 데친 물에 소고기와 대파를 넣어 담백하게 끓인 맑은 국. 사진 김희경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저는 도시락 세대였습니다. 아침마다 엄마가 정성껏 싸주신 도시락을 가방에 담아 학교로 향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인이 된 뒤에도 도시락을 싸는 습관은 꽤 오래 이어졌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만든 취미였습니다.

혼자 먹는 조용한 식사를 선호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메뉴를 비교적 저렴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깐의 여유를 만들어 주는 작은 의식 같기도 했습니다. 도시락을 오래 싸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식어도 맛있는 음식일 것. 그 기준에 가장 잘 맞는 메뉴가 바로 주먹밥입니다. 따뜻할 때도 좋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다른 반찬을 여러 가지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준비도 식사도 간단합니다. 여기에 가벼운 국 한 그릇을 더하면 식사는 훨씬 편안해집니다. 아주 거창한 국이 아니라 빠르게 끓여낸 맑은 국이면 충분합니다. 따뜻한 국물이 주먹밥을 한층 더 맛있게 만들어 줍니다.

도시락의 좋은 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도 좋고, 사무실 책상 위에 조용히 펼쳐도 좋습니다. 심지어 집에서 먹더라도, 미리 싸 두었던 도시락을 꺼내 먹는 순간에는 묘하게 대접받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조금 뒤의 나를 위해 준비해 둔 식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봄이 제철인 봄동은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살짝 데치면 달큰한 맛이 살아난다. 사진 김희경

3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초록색 채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는 특히 봄동이 더 자주 식탁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봄동은 봄이 제철인 채소로, 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살짝 데쳐 양념하면 달큰한 맛과 은은한 향이 훨씬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따뜻한 밥에 봄동을 섞어 주먹밥을 만들면 색부터 봄을 닮습니다. 연둣빛 잎과 밥의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 안에서 둥글게 모입니다. 여기에 냉장고에 있을 법한 쌈장과 통들깨, 들기름을 더하면 고소한 향이 퍼지면서 단순하지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도시락에는 따뜻한 국물이 하나쯤 있으면 좋습니다. 요즘은 즉석국도 훌륭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휘리릭 끓일 수 있는 맑은 국을 직접 만들어 먹는 일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하게 끓인 국이지만, 그 따뜻함은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작은 힘이 됩니다.

아침에 잠깐 시간을 내어 도시락을 준비해 두면 점심의 나에게 작은 선물을 남겨 두는 셈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식사, 잠시 멈춰 앉아 나를 돌볼 수 있는 식사. 오늘의 도시락은 봄동 주먹밥과 맑은 소고깃국입니다. 과하지 않지만 든든한 한 끼입니다. 오전에 준비해 둔 도시락을 점심에 꺼내며, 오늘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 도시락을 대접합니다.

Today`s Recipe 김희경의 봄동 주먹밥과 맑은 소고깃국

나를 위한 한 끼로도, 봄철 나들이를 위한 도시락 메뉴로도 잘 어울리는 봄동 주먹밥과 맑은 소고깃국. 사진 김희경

“봄동은 끓는 물에 데친 뒤 바로 찬물에 식혀 주세요. 뜨거울 때는 물기를 짜기 어렵기도 하고, 그대로 두면 남은 열 때문에 봄동이 계속 익어 식감이 물러질 수 있습니다. 찬물에 한 번 식혀 열을 빠르게 식혀 주면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맑은 소고깃국은 봄동을 데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미 약간의 간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국물을 한 번 맛본 뒤 부족한 만큼만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춰 주세요.”

① 봄동 주먹밥

주먹밥의 주인공인 봄동은 데친 후 얼음물에 식힌 후 한입 크기로 썰어 다른 재료들과 잘 섞어준다. 사진 김희경

재료 : 봄동 1뿌리, 밥 1그릇, 쌈장 1큰술, 들기름 1큰술, 마늘 1톨, 통들깨 1작은술

만드는 법
1. 봄동은 잎을 떼어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2. 냄비에 물 3컵과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끓인다.
3. 끓는 물에 봄동을 약 30초 정도 데친 뒤 얼음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꼭 짠다.
4. 봄동을 한입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5. 쌈장, 들기름, 다진 마늘, 통들깨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
6. 따뜻한 밥에 봄동과 양념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7. 랩을 이용해 밥을 감싸 동그랗게 주먹밥으로 만든다.
8. 약 5분 정도 식힌 뒤 랩을 풀어 도시락통에 담는다.

② 맑은 소고깃국
재료 : 봄동 데친 물, 육수 코인(또는 다시 백), 대파 한 줌, 샤부샤부용 소고기 50g,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봄동을 데친 물에 육수 코인을 넣어 국물을 만든다.
2.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3. 샤부샤부용 소고기를 넣는다.
4. 고기가 익으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불을 끈다.
5.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채소나 두부를 더 넣어도 좋다.

김희경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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