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12개 5.9초에 쌓고 내리는 초2 "국가대표 돼 한국 빛낼래요"

최미향 2026. 3. 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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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동암초 2학년 조건형, 유튜브 독학으로 시작해 국가대표 선발전 1차전에서 1위

[최미향 기자]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하고 있는 서산 동암초등학교 2학년 조건형군
ⓒ 최미향
컵 12개가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은 6초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어른들이 놀란 이유는 기록 때문만이 아니었다.

"모리셔스 알아요?"

누군가 장난처럼 질문을 던졌다. 아이는 망설임 없이 지구본을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딱 짚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주변 어른들 사이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모리셔스? 그런 나라가 있어?"
"진짜 있는 나라 맞아?"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하기 시작하는 어른들. 잠시 뒤 누군가 말했다.

"진짜 있네. 인도양 섬나라래."

아이를 바라보던 어른들 사이에서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터졌다.

지난 15일, 서산의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만난 이 아이는 충남 서산 동암초등학교 2학년 조건형군(8)이다. 현재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하고 있다.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하고 있는 서산 동암초등학교 2학년 조건형군(왼쪽)과 아버지 조병혁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최미향
유튜브로 시작한 스포츠스태킹… 24초에서 5.9초까지

건형군이 스포츠스태킹을 시작한 것은 약 13개월 전이다. 누나가 초등학교 때 잠깐 했던 기억이 있어 방법을 조금 알려줬고, 이후에는 대부분 유튜브를 보며 독학했다.

처음 기록은 24초.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9초대까지 줄었다. 아버지 조병혁씨(마패예술단 단장)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학교 갔다 오면 밥 먹고 자기 전까지 연습했어요. 보통 2~3시간, 길면 4시간 정도요."

독학으로 9초대까지 올라간 뒤 한국스포츠스태킹협회 서산지부 이지영 지부장이 2시간 정도 자세를 봐줬다. 이후 기록은 더 빠르게 줄었다. 지금 개인 최고 기록은 5.9초다.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발전은 1·2·3차전으로 진행된다. 건형 군은 1차전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와의 차이는 3초 이상. 스포츠스태킹에서 3초 차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발전 1차 대회에서 우승한 조건형군. 현재 2·3차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 조병혁
"실수하면 짜증나요"

건형군에게 물었다.

"스포츠스태킹 할 때 제일 힘든 게 뭐야?"
"실수할 때요."
"왜?"
"계속 실수하니까요. 짜증 나요."

아이의 솔직한 대답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다른 친구들이 옆에서 잘하면 어때?"
"그럼 더 잘돼요."

보통 선수들은 경쟁 상황에서 긴장한다. 하지만 건형군은 오히려 기록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목표도 분명하다.

"사이클 4초대요."

▲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선발전 1차 대회에서 우승한 조건형 군ⓒ 조병혁
사이클은 스포츠스태킹 대표 종목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4초대 기록을 낸다. 초등학교 2학년의 목표치로는 꽤 높은 수치지만, 아이의 말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조건형군이 직접 정리한 천자문 노트. 한자와 뜻을 색깔별로 정리해 공부하고 있다.
ⓒ 조병혁
"3살 때 혼자 한글을 읽더라고요"

아버지는 아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세 살 때 한글을 혼자 읽더라고요."

누가 가르쳐준 적은 없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 전에는 영어 숫자와 중국어 숫자를 외웠고, 이후에는 한문에 관심을 보였다.

형과 누나들이 배우던 천자문을 옆에서 보다가 따라 외웠고, 나중에는 형과 누나 시험지를 직접 채점하기도 했다.
 서산 동암초등학교 2학년 조건형군이 노트에 한자를 쓰고 있다. 건영군은 어릴 때부터 한문에 관심을 보여 천자문을 스스로 익혔다.
ⓒ 최미향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하늘 천부터 써볼래?"

종이를 건네자 건형 군은 한자를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주변에서는 "저런 글자가 있는 줄도 몰랐다"는 말이 나왔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못 쓰는 편은 아닌데, 얘가 아는 게 더 많아요."
 지구본을 돌리며 나라 위치를 확인하는 서산 동암초등학교 2학년 조건형군. 그는 세계 국기 190여 개를 기억할 정도로 나라와 지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 최미향
세계 국기 190여 개… 지구본으로 세상을 외우다

건형군이 다섯 살 무렵 빠졌던 것은 세계 국기였다. 유튜브를 보다가 국기를 외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190여 개가 넘는 나라 국기를 보고 대부분 바로 맞힌다.

그 다음 관심은 지구본이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고 지구본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더 큰 걸 사주려고 했는데 자기는 이 크기가 좋다고 했어요."

이유는 단순했다. 직접 들고 돌려보며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지구본을 돌리며 나라 위치와 주변 국가를 외웠다.

"대한민국을 빛내는 사람이요"

건형군은 오는 3월 충남 대표 선발전, 4월과 6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최종 선발되면 7월 '대만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국가대표가 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잠시 생각하던 건형군이 또박또박 말했다.

"대한민국을 빛내는 사람이요."

컵 12개를 쌓고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초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아이가 쌓아 올릴 세계는 아직 시작 단계다.

컵을 쌓는 손보다 더 빠른 것은 세상을 향한 아이의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지금, 서산의 동암초등학교 2학년 조건형 학생이 자신만의 세계를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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