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알림, 이상한 걸 발견했다

전세정 2026. 3.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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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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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진이 줄어들자 꽃 사진이 늘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세정 기자]

휴대폰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다. 주말에 마음 먹고 사진을 정리하려고 사진첩을 들여다봤다.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꽃 사진이 너무 많았다.
▲ 산책 중 찍은 꽃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니 꽃사진이 유난히 많았다.산책하다 만난 꽃이다.
ⓒ 전세정
모임에 가면 꽃병에 꽂힌 꽃을 찍고, 산책하다가 만난 꽃을 찍고, 이름도 모르는 꽃을 찍는다. 길가에 핀 작은 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프로필 사진을 이름도 모르는 꽃 사진으로 해 놓는지. 그 꽃들은 또 어쩜 하나같이 촌스러웠는지. 꽃 사진을 그렇게 열심히 찍는 이유가 뭔지. 사진첩을 넘기다 보니 문득 알 것 같았다. 나도 그 사진을 찍고 있다는 걸.

결혼하기 전 휴대폰 사진은 대부분 셀카였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 괜히 카메라를 들이대며 찍은 얼굴들. 그 시절 사진은 거의 나였다. 결혼하고 나서는 휴대폰에 음식 사진이 많았다. 예쁘게 차려놓은 밥상, 막 구운 빵, 새로 만든 반찬. 지금 생각하면 소꿉놀이 같은 기록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사진의 대부분이 아이였다. 잠든 얼굴, 처음 걸었던 날, 유치원에 처음 가던 날. 특별한 날만 찍은 것도 아니었다. 예뻐 보여서, 기록해 두고 싶어서 하루에도 몇 장씩 찍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 사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들이밀면 바로 브이를 만들고 윙크를 하던 아이가 이제는 사진을 찍으려 하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먼저 말한다.

"엄마, 찍기 전에 나한테 물어봐."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아이 사진이 줄어들자 꽃 사진이 늘었다. 예전에는 아이를 부르며 카메라를 들었고, 이제는 꽃 앞에서 혼자 카메라를 든다.
▲ 산책 중 만난 꽃 인도네시아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다.
ⓒ 전세정
생각해보니 아이를 찍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찍는 것이다. 아이는 이제 찍히기 싫어하고, 꽃은 아직 가만히 있어준다. 어느 나이가 되면 꽃을 보면서 "저게 곧 지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니 찍어두고 싶은 것이다. 사라지기 전에.
음식 사진을 찍던 시절엔 살림을 잘하고 싶었고, 아이 사진을 찍던 시절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꽃 사진을 찍는 나는 무엇을 붙잡고 싶은 걸까. 잘 모르겠다. 다만 오늘도 길을 걷다 이름 모를 꽃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꽃이 예뻐서이기도 했지만, 그 앞에 멈춰 선 내가 조금 낯설기도 했고 조금 좋기도 했다.
▲ 바닥에 떨어진 꽃 길을 걷다 바닥에 떨어진 꽃을 보고 잠깐 멈춰 섰다.
ⓒ 전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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