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경고장 날아온 종묘…서울시는 심의 강행, 국가유산청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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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석굴암, 팔만대장경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가 사상 초유의 지위 박탈 위기에 놓였다.
국가유산청은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6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
서울시가 오는 19일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열어 인허가 절차를 강행하려는 가운데, 국가유산청은 파국을 막기 위한 '3자 최고위급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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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부산 세계유산위 앞두고 국제적 망신 우려
허민 유산청장 "파국 막을 3자 대화 나서야"

1995년 석굴암, 팔만대장경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가 사상 초유의 지위 박탈 위기에 놓였다. 앞마당 격인 세운 4구역 고층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 국가 행정 기관이 공기업을 형사 고발하는 파국으로 번졌다. 발굴이 채 끝나지도 않은 유적지에 중장비가 투입되고, 국제기구는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날리는 등 실타래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6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 허가 없이 대형 시추 작업을 감행해 유존 지역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조사 완료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땅에서 토목 공사용 굴착을 벌인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국민이 지키는 절차를 공기업과 서울시가 무시해도 되는지 실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SH공사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유적지 열한 곳에 직경 280㎜, 깊이 38m에 달하는 구멍을 무단으로 뚫었다. 해당 부지는 2022년부터 진행된 조사를 통해 조선 시대 건물터 590여 동과 우물 199기, 마을 출입문인 이문(里門)의 흔적 등이 출토된 핵심 유적지다. 최소 일곱 마리의 소뼈가 묻힌 구덩이(수혈) 등 학술 가치가 높은 유구들도 7.5m 깊이까지 층층이 남아 있다.

SH공사가 제출한 보존 계획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문화유산위원회에서 보류됐다. 하지만 SH공사는 재심의 자료조차 내지 않은 채 기습 토목 작업을 벌였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13일 현장 조사를 벌여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장비를 철수하도록 조치했다.
국내의 위법 논란은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치명적인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세계유산센터는 14일 서한을 보내 서울시가 유네스코 권고를 무시하고 고층 개발을 이어갈 경우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과거 합의했던 11.9m 높이 제한을 파기하고, 최고 145m에 달하는 초고층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에 유네스코 측은 이달 말까지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받겠다는 확답을 회신하지 않으면,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 상황을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현장 실사를 강제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는 종묘를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강등하거나 지위를 완전히 박탈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풀이된다. 당장 내년 한양 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노리는 서울시 입장에서도 뼈아픈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두 차례 사전 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사업 지연에 반발한 주민 대표 측이 국가유산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255억원 규모의 민사 소송을 제기해 갈등을 키웠다.
서울시가 오는 19일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열어 인허가 절차를 강행하려는 가운데, 국가유산청은 파국을 막기 위한 '3자 최고위급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통합심의 전면 보류를 전제로 오세훈 서울시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직접 마주 앉자는 것이다. 허 청장은 "사업 시행 인가가 완료되면 되돌리는 데 더 큰 희생이 따른다"며 조속한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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