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조인의 자긍심으로 활동"…6년차 형사당직변호사 만나보니

진현우 2026. 3.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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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용 변호사, 2021년 개업 이후 형사당직변호사 활동 참여
"당직 변호사 역할 통해 피의자 수사 협조 끌어내기도"
상담 주기 확대 등 구조적 뒷받침 필요 언급도
서울 지역 형사당직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용 변호사가 지난 9일 활동 전 서울 관악경찰서 앞에서 데일리안의 촬영에 응한 모습.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법조인의 자긍심으로 형사당직변호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현용 변호사)

체포와 구속. 평범한 시민의 삶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은 단어들이 누군가에게는 예고없이 닥친 현실이 되고는 한다. 서울 지역 형사당직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용 변호사(37·변호사시험 5회·법무법인 K&B)는 지난 2021년 개업 이후 5년 넘게 형사당직변호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활동에 앞서서 박 변호사는 서울 관악경찰서 측에 이날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피의자가 있는지 물어봤다. 경찰 측은 이날 박 변호사에게 "피의자 3명이 법률적 조언을 받고자 한다"고 알렸다.

보통 경찰 방문 1회 당 1건~2건 정도 요청이 들어오는 것과 비교하면 이날은 상담 수요가 꽤 있는 편이었다. 약 1시간 상담 후 관악경찰서 근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은 형사당직변호사 활동을 마친 박 변호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현장의 '날 것'을 마주하다…"우리 사회 단면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

형사당직변호사 제도는 1993년부터 시행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대표적인 공익 활동이다. 기소되기 전 단계에서 피의자에게 영장실질심사 또는 구속적부심 등의 절차를 안내하고, 법률적인 조언을 제공해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현용 변호사는 지난 2016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1년차 변호사다. 박 변호사가 개업과 동시에 형사당직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현장' 때문이었다.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고, 사고방식이 굳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장이라는 '날 것'의 공간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은 제게 큰 자극이 됩니다. 기사로만 접하던 마약 범죄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건의 이면을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다 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형사당직변호사가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이나 '거짓 진술'을 가르쳐줄 것이라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직 변호사의 역할은 수사 코치가 아닙니다. 핵심은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것입니다. 체포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패닉에 빠진 이들에게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무조건 입을 닫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오히려 피의자를 안정시키고 수사 협조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박 변호사는 특히 2030세대들이 '고액 알바'라는 유혹에 속아 마약 운반이나 보이스피싱에 연루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게임처럼 바라보지 말라고 합니다. '변호사 선임하면 방어력 10 올라간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사명감과 현실 사이…10만원의 '캡'과 행정적 고충

형사당직변호사의 활동은 철저히 사명감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적 이득은 사실상 없다.

"수당은 출동비 5만원에 상담료 5만원, 총 10만원이 최대치다. 상담 건수가 많아도 5만원이라는 캡(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동 시간과 상담 노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교통비 수준이라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특히 수임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수임하더라도 공익 활동 취지에 따라 수임료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형사당직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매월 둘째 주 월요일 오전 9시, 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에서 마치 대학 수강 신청을 하듯 당직일을 신청해야 한다. 특정 경찰서는 경쟁률이 너무 심하여 신입 변호사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박 변호사는 지적한다.

대부분의 경찰서는 주 1회 상담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피의자가 체포된 요일에 따라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며 주 2회 상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월요일에 상담이 있는 경찰서라면, 금요일·토요일·일요일에 체포된 사람은 혜택받지만, 화요일·수요일·목요일에 체포된 사람은 상담받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피의자의 인권이 '운'에 맡겨지는 셈인데 상담 주기를 늘리거나 더 많은 변호사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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