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렌터카 빌린 뒤 가장 먼저 달려간 곳

서희연 2026. 3. 1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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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등학교 안에 자리하고 있는 김영수 도서관

[서희연 기자]

"제주도까지 갔는데 도서관에 간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예전에 제주도 여행을 할 때는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천지연', '우도' 등 유명한 관광지를 위주로 다녔었다.

이번에는 남들이 흔히 찾는 곳 말고, 조금 특별한 나만의 테마로 제주를 즐기고 싶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여유롭게 다녀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 일정에 도서관 한 군데와 제주에 있는 독립서점 한 곳을 넣었다.

지난 8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빌린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김영수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인 제주북초등학교 안에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 안에 있는 도서관
 김영수도서관
ⓒ 서희연
일요일이라 그런지 학교 안은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무척 조용했다. 학교가 고요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걸음까지 조심스러워졌다. 알록달록한 2층짜리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면 학교의 부속 건물 같지만, 가까이 가니 도서관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에서는 단순한 도서관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일들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김영수 도서관은 제주북초등학교 20회 졸업생인 고(故) 김영수씨의 기증으로 만들어진 학교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해 지역에 개방된 공간으로 마련됐다.

2019년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학교 내 도서관과 사용하지 않던 창고, 관사 등을 활용해 건물을 지상 2층 규모로 넓혔다. 낮에는 북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으로 이용하고,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마을 도서관으로 문을 열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김영수도서관
ⓒ 서희연
김영수 도서관 건물은 학교 안에서 보면 2층짜리 현대식 건물처럼 보이지만, 학교 밖에서 바라보면 한옥과 현대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1층 목조 창 위에는 처마가 드리워져 있고, 기와로 만든 담벼락이 한옥의 멋을 한층 더해준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오래된 한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부에는 서까래와 대들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창호지가 발라진 문이 둘러싸여 있다. 곳곳에 오래되고 튼튼해 보이는 나무가 사용되어, 고즈넉하면서도 감각적인 한옥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와 담벼락 쪽에는 다섯 개의 방이 이어져 있다. 이 방들은 장지문으로 연결되어 있어, 문을 열면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도 쓸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 인원에 따라 방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마을 주민, 외부인에게도 열린 장소
 김영수도서관
ⓒ 서희연
2층에 올라가면 1층의 한옥 느낌과는 달리, 전망이 좋은 도서관이 펼쳐진다. 건물은 2층으로 낮지만, 넓게 트인 창문을 통해 맞은편에 있는 '제주목 관아'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2층 열람실과 서가 곳곳에는 의자가 놓여 있어, 아이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김영수 도서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곳이 제주북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마을 주민들에게도 열린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어린이 문학 캠프와 여름방학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선배맘 이야기, 그림책 심리지도사 과정, 제주 여성의 삶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할아버지와 숨바꼭질', '시간이 머무는 곳, 곶자왈', '거문 숲의 비밀', '거문오름' 같은 책들이 나왔다. 이 가운데 '시간이 머무는 곳, 곶자왈'은 판매도 하며, 책을 팔아 얻은 수익금은 전액 마을도서관 운영에 사용한다고 한다.

역사와 미래가 어우러진 김영수 도서관은 지역 사회와 여러 세대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도서관은 지역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주민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미래의 희망을 키우고, 도민들의 행복을 가꿔나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재학생과 지역 주민의 이용 시간이 다르니 방문 전에 꼭 확인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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