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오세훈, 스텝 꼬인 세 가지 장면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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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하이서울기업지원 사업설명회’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 ⓒ 권우성 |
오 시장의 첫번째 패착은 지난 9일 국힘 의원총회에서 채택된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에 대한 긍정적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그는 전날 당 지도부에 윤석열과의 절연 등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국힘이 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결의문을 내자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드디어 이제 변화가 시작됐다. 우리 당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공천 신청에 응할 것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입장은 금세 달라졌습니다.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가시적 변화인데 실행에 들어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선 국힘 의총 결의문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자 오 시장이 서둘러 태세 전환에 들어간 거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국힘 지도부의 전면적 개혁을 주장했으면 처음부터 강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판단을 잘못해 스스로 추진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입니다. 오 시장이 혁신선대위 조기 출범과 인적 쇄신을 후보 등록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무소속 출마 않겠다'는 약속으로 스스로 퇴로 차단
오 시장의 스텝이 꼬인 두 번째는 선거 출마 의사를 당연시한 발언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추가 공천 접수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입장을 정리하는데 선거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럴 일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혁신선대위 출범과 인적 정리를 재차 요구하면서 한 발언이지만 미리 패를 보여준 것은 실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오 시장의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전제 조건이 달성되지 않더라도 불출마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는 않겠다는 것을 공언한 셈입니다. 장 대표 등 국힘 지도부로선 오 시장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모습은 이정현 공관위원장 복귀 이후 보인 오 시장의 반응에서도 드러납니다. 오 시장 측은 "혁신선대위는 장동혁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는 형태가 아니다"는 입장을 국힘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도 장 대표 주변 '윤 어게인' 동조 인사 정리도 후순위로 둘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합니다. 국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위원장에게 공천의 전권을 주고, 이 위원장이 오 시장에게 17일을 공천 등록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하는 등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자 세 불리를 감지하고 유화적 자세로 돌아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오 시장이 최후 통첩성 공천 마감에 응할 경우 정치적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당초 명분으로 내세운 것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을 신청하면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가뜩이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열세로 나오는 여론조사에서 더 박한 평가가 나올 게 명확합니다. 국힘 지지층 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오 시장 행보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공천 신청을 끝까지 거부하고 지방선거 후 당 대표 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국힘 지지층으로선 당의 생사가 달린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거부한 오 시장을 차기 당 대표로 밀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뺏길 경우 오 시장의 정치 생명은 거의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게 되면 오는 5월로 예상되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혐의 선고도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애초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보는 장 대표에게 혁신을 기대한 것도 무리지만 여러 번의 판단 잘못으로 오 시장은 난감한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무소속 출마 카드 배제 등 너무 일찌감치 퇴로를 차단한 것이 자충수가 된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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