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불 질러" 공산주의 쿠바서 이례적 反정부 시위…왜
미국의 석유 금수 조치로 인해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쿠바에서 폭력 시위가 발생했다. 소요사태가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공산당 당사를 겨냥한 방화 사건까지 발생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쿠바 중부 모론 시에서 지난 13일 밤 시작된 시위가 격화하며 공산당 당사 방화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정전과 식량 부족을 이유로 발생한 시위는 평화롭게 흘러갔으나 이튿날인 14일 새벽을 기점으로 폭력 시위로 변했다. 시위대는 현지 당국과 공방을 벌인 후 공산당 모론 시당 당사를 상대로 파괴 행위를 저질렀다. 시위대 중 일부가 당사 건물 내부로 들어가 가구를 밖으로 끌어내 불을 붙였다. 당사뿐만 아니라 인근 약국과 시장 등 다른 국영 시설들도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계속되는 정전에 따른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파괴행위와 폭력은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 내무부는 시위와 관련해 “5명을 구금했으며 주취자 1명이 넘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는 흔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쿠바에서 공개 시위, 그중에서도 폭력 시위는 극히 드물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사를 표적으로 한 폭력 시위는 더 그렇다.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지금까지는 대부분 ‘전기를 돌려 달라’와 같은 요구들이었지만 매우 상징적인 기관의 건물을 불태우려는 시도는 없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 배경에는 에너지난이 있다. 미국이 지난 3개월 동안 사실상 쿠바로 향하는 석유 수송을 차단한 탓이다. 미국은 지난 1월 이후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을 차단했고 쿠바에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들에 고액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장시간 정전에 항의해 솥과 냄비를 두드려 큰소리를 내는 항의 시위를 소규모로 벌이기도 했다. 주로 남미 국가들에서 쓰는 시위 방식이다. 또 지난 9일에는 아바나대 학생들이 교내 계단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외신은 2021년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연될까 주목하고 있다. 당시 쿠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쿠바 인권단체 쿠발렉스 소속 호세 라울 가예고 연구원은 NYT에 “쿠바 내 시위나 반대 의견 표현 건수가 지난 1월 30건에서 3월 상반기 130건으로 늘었다”며 “사람들이 정치 권력의 심장부로 가 그것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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