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노인 더 줘도 되겠지요?" 李가 쏘아올린 기초연금 하후상박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담을 따라 노인 20여명이 줄지어 있다. 무료 급식을 기다린다. 기온이 11도이고 응달이라 으스스하게 추위를 느낄 정도다. 서울 관악구 박장희(69)씨는 기초연금·국민연금을 합해 월 100만원 정도 받는다. 박씨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초연금을) 더 주면 좋지.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을 더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모(67)씨는 "다른 수입이 없어서 기초연금이 많은 도움이 된다. 더 주면 좋지, 다다익선"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오전 X(옛 트위터)에 기초연금 개선 방향을 올리자 당사자들은 대체로 반겼다. 이 대통령은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며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부부가 해로하는 것이 불이익을 받을 일이 아니다. 감액을 피하려 위장 이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급적 시정해야 한다"며 부부 삭감 축소를 제시했다.
또 "월 수입 수백 만원 노인이나 제로(0)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같다. 이제는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되겠지요?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한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이 대통령이 기초연금 하후상박이라는 선별적·효율적 복지 카드를 꺼냈다. 아동수당 17세(종전 7세) 확대 공약을 취임 직후 13세로 줄인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 기본소득 시범지역 확대 같은 것은 보편적 복지에 바탕을 두고 있어 실용적 복지로 접근하는 듯하다.
기초연금은 올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708만명)에게 최대 월 34만 9700원을 지급한다. 부부는 20% 깎는다. 5000여개 복지 서비스에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노인 70%'라는 근거 없는 기준을 쓴다. 2014년 도입 당시 정치적으로 타협한 탓이다. 노인 인구 증가를 감당하지 못한다.

노인 70%의 소득·재산 기준(소득인정액)은 월 247만원(부부는 395만2000원)이다. 이게 0원이든 212만원(역전방지 최대액)이든 연금액이 같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2022년 대선 공약과 달라진 것이다. 당시 기초연금 대상자 점진적 확대와 부부 삭감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하후상박을 처음 꺼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정된 재원의 효과를 높이려면 하후상박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소득에 무관하게 정액으로 지급하면 소득 개선 효과가 크지 않게 된다. 점차 노인의 50%로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층 반응도 다르지 않다. 김설 청년유니온 집행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수급자를 줄이되 절실한 사람에게 금액을 높여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김미곤 전 노인인력개발원장은 "기초연금은 보편적 수당이기에 하후상박은 맞지 않는다. 재정 절감이 목적이라면 '노인 70%' 대신 '기준중위소득의 OO%'로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부부 감액 축소는 논란이 많다. 2024년 기준 삭감자는 297만명(전체 수급자의 44%)이다. 당사자는 환영한다. 한모(65·경기도 안양)씨는 "연금이 깎여 아쉽다. 몇 만원이 아쉬운데, 덜 깎으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회는 20%→내년 15%→2030년 10%로 삭감률 축소 방안을 제시했다.
김미곤 전 원장은 "기초연금은 개인에게 지급하는 건데 부부라는 가구 단위로 깎는 건 맞지 않는다"고 삭감 축소에 찬성한다. 반면 양재진 교수는 "부부 생활비가 단독 가구의 두 배로 드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반대한다. 기초수급자 2인 가구 생계급여도 1인의 1.64배이지 두 배가 아니다. 삭감 폐지에 연 2조 5000억원 든다.

외국은 삭감 쪽이 다수다.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영국·네덜란드·호주·뉴질랜드는 23.94~34.5% 깎고,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은 6.9~10.7% 깎는다. 보험료를 내는 일본은 감액하지 않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남영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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