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선 긋는 유럽…한국·일본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독일·영국 등 주요 동맹국 파병 거부
동맹국과 상의없이 시작한 이란전쟁
에너지 의존도 높고 미군 있는 한일 압박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에도 주요 동맹국들이 일제히 선을 긋자,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을 겨냥해 재차 파병을 압박했다. 두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파병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와의 오찬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40년 동안 우리가 (동맹국을) 보호해왔는데, 이렇게 사소한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가"라며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 정도를 들여온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들 국가가 나서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끔찍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줬지만, 그들은 열의가 없었다. 나에게 열의의 정도가 중요하다"며 "어떤 나라에는 4만5000명의 훌륭한 병사들이 주둔해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을 언급한 것은 안보 지원을 받아온 한국과 일본을 향해 적극적으로 파병에 동참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는 각각 약 2만8500명, 약 5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요청이 사실상 동맹국들을 시험하는 의미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그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파병을 압박하는 것은 유럽의 주요 동맹국이 사실상 거절하고 있어서다.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 요구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국가는 독일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15일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한 전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필요성이 없다"며 "무엇보다 독일이 참여할 필요는 더욱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도 입장에 변화를 보였다. 앞서 영국은 미국으로부터 군함 파견 요청을 받은 뒤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더 큰 전쟁으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드러냈다.
이밖에 폴란드, 스페인, 그리스, 스웨덴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과 관련해 거리를 두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으며, 이탈리아, 호주 고위 당국자들도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레이첼 리조 옵저버리서치재단의 선임 연구원은 "워싱턴은 지난 몇 년간 얼마나 많은 호의를 잃었는지 정확히 깨닫고 있다"며 "동맹국들은 이미 미국이 나토 탈퇴를 위협하고 유럽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주요 동맹국들이 난색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하기 전 동맹국들과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에 개입할 명분이 약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동맹국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안보 동맹(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을 무시해 왔다.
리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특정 위협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횟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 위협들은 의미를 잃기 시작할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들은 자립심이 강해졌고, 미국의 압력 공세에 덜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일부 관료들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재개방하거나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위기는 상당 부분 워싱턴의 자업자득이라며, 미국이 해결을 주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파병 압박을 강하게 받는 한국과 일본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파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파병 요구에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도 파병은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제레미 챈 유라시아그룹 선임 분석가는 "양국 지도자들은 '유엔 승인 없이 진행되고 자국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전쟁'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부교수 역시 "각국은 자국 군대와 자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 상황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명확한 최종 목표나 계획이 없다는 점 또한 그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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