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 계층에 가까워” “평신도 참여 목회 시스템 필요”
새로고침(F5)-교회 조직(Framework)

한국교회가 계층화된 직분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의사결정 구조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거센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는 한국교회 직분이 지위나 계급에 가깝다고 답했다. 섬김의 자리라는 본래 의미에 동의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교회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는 더 컸다. 교인 중 직분을 섬김으로 보는 비율은 47%였지만 탈교회 성도는 19%에 그쳤다. 경직된 위계 문화가 성도들의 교회 이탈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성호 고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직분의 변화를 승진 문화로 이해하는 왜곡된 정서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본래 집사와 장로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직분임에도 한국교회에선 집사를 거쳐 장로가 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승진으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앙 공동체를 위한 사역이 점차 조직 내 위치나 권한으로 변질되면서 직분이 계층으로 이어졌다”며 “의미를 충분히 배우지 못한 채 제도만 운영하는 관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회 운영 구조에 대한 불만도 드러났다. 평신도 의견이 교회 운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반면 응답자의 78%는 평신도가 예산 집행과 사역 계획 수립 등에 참여하는 ‘평신도 주도형 목회 시스템’이 투명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흐름은 평신도뿐만 아니라 설문에 답한 목사·전도사와 장로 그룹에서도 공통적으로 감지됐다. 비록 해당 그룹의 표본은 적었으나 교회 운영의 핵심 주체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경향성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세대교체 요구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교회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집단으로는 ‘60세 이상 남성’(39%)이 1위로 꼽혔다. 앞으로 의사결정에 더 참여해야 할 세대로는 ‘4050 남성’(32%)과 ‘4050 여성’(22%)이 지목됐다. 반면 60세 이상 남성의 영향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현재의 권력 구조와 미래 교인들의 기대치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이런 흐름을 현대 사회의 거대한 탈권위적 변화와 연결 지었다. 정 교수는 “평신도 주도형 교회는 목회자 배제가 아니라 소그룹 중심 목회 등을 통해 평신도 리더가 사역의 전면에 나서는 구조를 의미한다”면서 “미국에서 교단 중심 구조가 쇠퇴하고 독립교회나 네트워크 교회가 부상하는 것 역시 중앙집권적 권력이 약화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사회 전반이 분권과 참여를 향해 가는 만큼 교회도 운영 방식의 전면적인 전환에 직면했다”며 “직분의 의미를 회복하고 평신도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넓히는 교회 운영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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