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은 AI 몫, 설계는 인간… 개발자의 정의가 바뀐다

심희정,양한주,김혜지 2026. 3. 17. 02: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6년 당신의 직업은 안전합니까?] 개발자 10명 인터뷰


“요즘 친구들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우리는 언제 대체될까’예요. 농담처럼 ‘한국 가서 카페 차려야 하나’라고 말하지만 웃을 일이 아닙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거든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김세희(37)씨가 처음 미국 땅을 밟은 건 5년 전이다. 당시 업무는 회사가 정한 일종의 ‘레시피’에 맞게 디자인의 색깔, 버튼 등을 색상표와 사이즈별로 일일이 비교하며 검증하는 반복 작업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디자인 툴 ‘피그마’의 등장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김씨는 예전에는 몇 시간씩 걸리던 단순 반복 업무가 이제는 단 몇 초면 끝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지인 회사에서는 디자인팀 인원 2명만 남기고 전부 해고했다고 한다. 외국인노동자 신분이라 어쩐지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AI가 ‘딸깍’하면 코드를 만들어내는 시대. 10년 뒤 개발자의 일은 완전히 사라질까. 국민일보는 국내외 개발자 10명에게 개발자의 미래를 물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코딩(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자체의 중요성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는 것으로 개발자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제 코딩은 10% 남짓

미디어 개발직에 있는 오진하(가명·37)씨는 최근 코드를 직접 짜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챗GPT, 클로드 같은 AI 도구에 상당 부분을 맡기기 때문이다. 오씨는 “처음에는 ‘이것까지 만들어 준다고?’ 하는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는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AI 도입 후 가장 큰 변화로 꼽는 것은 신입 채용 감소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8년째 일하는 개발자 염태진(가명·34)씨는 “회사 서버팀은 이제 주니어 개발자를 더 이상 뽑지 않는다”며 “AI로 1인당 개발자의 생산성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5년 차 개발 경력의 AI 스타트업 대표 백진화(가명·53)씨는 “예전에는 알고리즘 테스트나 코딩 테스트 비중이 높았지만 요즘은 가상의 서비스 상황을 제시하고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지 묻는 면접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AI를 연구하는 정강수(43) 박사는 “교수직 채용 단계부터 종신직을 부여하던 유럽 학계의 전통적 구조가 최근에는 3~4년 평가를 거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AI로 연구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구자들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개발자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20대 개발자 문서정씨는 “회사 가욋일로 앱을 하나 만들고 있는데, 팀원이 전부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며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AI를 활용해 직접 코딩을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한다”고 말했다.

문제 정의는 인간의 영역

AI의 확산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지고 있다. 염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시장이 상담원 챗봇을 만드는 일인데 제품을 잘 만들수록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는다”며 “아이러니하게도 AI는 상담원들이 남긴 대화 기록을 학습해 만들어지는데, 이 부분이 개인적 딜레마”라고 털어놨다.

개발자 시장의 양극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려대 AI 관련학과 박사과정생 조희승(33)씨는 “앞으로는 바이브 코딩을 뛰어넘는 수준의 역량을 갖추거나 AI 도구를 활용해 혼자 여러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발자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비관보다는 AI로 새로 열리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17년 차 개발자 김광열(42)씨는 “지금 개발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술에 더해 AI 에이전트를 이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희씨는 “사용자가 제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며 “우리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이슈팀=심희정 양한주 김혜지 기자 simc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