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54일 → 두쫀쿠 17일 → 버터떡 ?… 자고 나면 식는다
숏폼서 화제되면 카페 메뉴 점령
매출 올리지만 악성 재고되기도
“억지로 만들어진 유행” 피로감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버터떡’을 찾는 방문객들이 잇따랐다. 준비된 첫 물량은 금세 동이 났고 뒤이어 들어온 이들은 “한 시간 뒤에 다시 나온다”는 점원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열풍이 잦아들자 그 자리를 버터떡이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버터떡의 검색 관심도는 지난 9일을 기점으로 두쫀쿠를 추월했다. 지난 14일 기준 버터떡의 관심도는 88로, 두쫀쿠(43)보다 배 이상 높았다. 숏폼 영상에서 화제가 된 메뉴가 순식간에 카페 메뉴판과 배달앱 인기 검색어를 점령하는 현상이 하나의 공식처럼 반복되는 모습이다.
중국 상하이의 ‘황요우니엔까오’에서 유래한 버터떡은 찹쌀가루 반죽 속에 우유와 버터를 넣고 구워 낸 ‘겉바속쫄(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레시피와 먹방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같은 유행은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겐 매출을 견인할 구원투수가 되기도 한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두쫀쿠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4분기 베이커리·디저트 업종 평균 매출이 전 분기 대비 9.5% 증가했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백산(35)씨는 “유행 아이템을 들이면 그 자체로 홍보가 된다. 도입 후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열기의 유효기간이 신기루처럼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유행 반감기(최고점에서 검색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기간)’를 추산한 결과, 2020년 크로플은 163일에 달했으나 2023년 탕후루는 54일로 줄었다. 2024년 두바이 초콜릿과 지난해 말 두쫀쿠는 각각 13일과 17일에 불과했다. 직장인 최모(25)씨는 “두바이 시리즈까진 열정적으로 따라갔지만, 버터떡은 억지로 만들어진 유행처럼 느껴져 피로감이 든다”고 말했다.
과열된 유행 뒤에 남겨질 부담에 대한 우려도 깊다. KCD에 따르면 두쫀쿠 판매 업장의 월평균 판매량은 지난해 연말 1000개 이상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들어 800개 수준으로 하락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 대량으로 확보한 두쫀쿠 재료가 ‘악성재고’로 남았다는 한탄도 이어진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모방이 쉬운 메뉴일수록 공급이 쏟아지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열기가 단시간에 소비되고, 희소성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형 자본의 참전은 공급을 확대하며 유행의 종결을 촉진한다. 올 초 프랜차이즈 가세로 두쫀쿠 유행이 시들해진 데 이어, 버터떡 시장에도 대형 자본의 입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CU는 편의점업계 최초로 ‘소금버터떡’을 출시했다. 앞서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패션파이브와 이디야커피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역시 관련 메뉴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매출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는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행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상황에서 물량과 자본 공세가 들어가게 되면 자영업자 홀로 버티기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단기간의 수요 창출에 너무 현혹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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