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설 대신 ‘소프트 타깃’ 정조준… 오일머니 심장부 찌른 이란

이가현 2026. 3. 1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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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군사시설을 잇따라 타격하는 가운데 이란은 군사 대응과 함께 금융·물류 등 중동의 경제 인프라를 겨냥한 '경제 전쟁'으로 맞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부유한 걸프국들이 '석유시대 이후'를 내다보고 구축한 글로벌 무역·금융 허브를 흔들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려는 계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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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금융·물류 허브 정조준
‘석유 이후’ 인프라 집중 타깃
글로벌 자본, 이탈 조짐 보여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연기 너머로 부르즈 알아랍 호텔, 부르즈 할리파 등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군사시설을 잇따라 타격하는 가운데 이란은 군사 대응과 함께 금융·물류 등 중동의 경제 인프라를 겨냥한 ‘경제 전쟁’으로 맞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부유한 걸프국들이 ‘석유시대 이후’를 내다보고 구축한 글로벌 무역·금융 허브를 흔들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려는 계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이란이 최근 금융시설과 데이터센터, 공항, 항만, 금융시설 등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며 중동 지역의 글로벌 무역·금융 네트워크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의 핵심은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위기에만 있지 않다고 짚었다.

UAE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는 지난 13일 드론 공격을 받아 건물 일부가 파손됐다. DIFC는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리츠칼튼호텔이 입주한 중동의 대표 금융지구다. 이 공격은 이란이 국영 세파은행 공습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과 연결된 경제 중심지와 은행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후 이틀 만에 이뤄졌다.

디지털 인프라도 전쟁 초기부터 이란의 반격 대상이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UAE와 바레인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3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군사·정보 활동 지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공격 여파로 중동 지역에서 모바일 뱅킹과 차량 호출, 온라인 결제 서비스 등이 일시 중단됐고 동남아 일부 기업에서도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걸프 국가들의 경제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금융 인력을 흡수했던 ‘절대 안전지대’ 이미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리처드 네퓨 연구원은 “그동안 걸프 지역에서의 사업 위험은 ‘제로’로 여겨졌지만 이제 그런 기본 가정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도 일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 자산운용사 CSOP의 딩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중동에서 홍콩으로 투자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 국제공항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같은 항공·물류 거점이 잇따라 공격 대상이 된 것도 불안을 키운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UAE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저장 시설도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

군사적 정면대결에서 열세인 이란이 석유·화학비료 저장 시설이나 유조선 같은 ‘소프트 타깃’을 지렛대로 삼아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컨설팅 업체 크로웰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모니카 고먼은 “이란은 세계 경제에 실제 고통을 줄 수 있는 취약 지점을 정확히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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