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거칠어진 트럼프 압박…“기억하겠다”

미국이 16일 한국에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한국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전투함 파견을 요청했는데, 이를 공식 제안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밤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와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처럼 말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중동 지역의 평화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답했다. 호르무즈해협 개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원론적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등 5개국을 특정해 호르무즈에 전투함을 파견하라고 요청했다. 직후 루비오 장관이 한국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미뤄 호르무즈해협 안전을 위한 미국의 연합체 구성에 한국도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트럼프, 시진핑 회담 연기까지 거론하며 “중국도 도와야”
이날 통화가 미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혜택을 받는 국가들은 그곳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거론하며 “응답이 없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면 나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고 압박 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어 “중국도 도와야 한다”면서 이란의 주요 원유 구매국인 중국도 압박했다. 특히 임박한 미·중 정상회담(3월31일~4월2일 방중)을 거론하며 “그 전에 (중국) 입장을 알고 싶다. 2주는 긴 시간”이라고 했다. “우리는 연기할 수도 있다”며 일정 변경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날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대화에선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연합체 구성과 관련해 약 7개 국가에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날 언급한 5개국보다 2곳이 더 늘어난 셈이다.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가)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 관련 기여 수준을 통해 ‘동맹 성적표’를 매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합체 구성에 여러 국가가 합의했다는 사실을 이르면 금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외교는 중·미 관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지침”이라며 “중·미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사항에 대해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함 파견 여부에 대해서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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