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에 웬 딸기 농장…스마트팜으로 변한 도심 빈 공간

김방현 2026. 3. 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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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동 폐지하보도에 스마트팜이 들어섰다. ㈜모던이 임차해 만들었다. 김성태 객원기자

장기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 흉물로 변했던 도심 지하도, 수십년간 임대조차 되지 않았던 사무 공간, 빈 창고 등이 스마트팜으로 바뀌고 있다. AI(인공지능)까지 도입되는 등 영농 기술이 발달하면서 땅이 없어도 농사를 짓는 시대가 열렸다. 이 같은 스마트팜은 빈 곳을 재활용하는 효과도 있어 침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전시가 예산 지원 등을 통해 도심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둥지 지하보도. 이곳은 1993년 왕복 6차선 도로 아래로 조성된 보행시설로, 2010년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폐쇄된 이후 방치됐다. 966㎡에 달하는 지하보도에는 딸기 4506주와 바질 등 유럽피안 채소 등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스마트팜 업체 ‘대전팜’이 대전시에서 임차해 스마트팜으로 꾸며 지난달 20일 개장했다. 설치비는 17억원 정도라고 한다. 대전시도 철거비·리모델링비 등을 보탰다.

대전팜측은 AI기술 등으로 딸기 등을 기른다. 온도와 습도는 자동으로 조절된다. 조명도 딸기 생육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밝게 켜 놓고, 야간에는 끈다. 액상 비료도 플라스틱 관을 통해 자동 공급된다. 이곳에서는 월평균 350㎏ 정도의 딸기가 생산된다. 대전팜 여윤심 대표는 “생육조건을 맞춰서 딸기와 채소는 연중 생산한다”고 전했다.

대전팜측은 딸기 등을 수확하거나 케이크 만들기 체험 등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한다. 체험 비용은 수확체험이 1만5000원 정도이며, 딸기 500g을 가져갈 수 있다. 케이크를 만들려면 약 1만원을 추가로 낸다. 이곳에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 체험객이 100여명 몰린다. 서울에서 온 김윤지씨는 “도심 한복판 지하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대전시 동구 삼성동에도 2024년 5월 스마트팜이 문을 열었다. 스마트팜 업체인 ‘대전팜 둥구나무’는 창고로 사용되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3층 건물에 스마트팜을 만들었다. 1층에는 상추·고추냉이 등 쌈 채소를 재배하고, 2층은 저온성 버섯과 포도·무화과 등을 키운다. 3층은 식문화 체험과 교육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체험객이 채소를 수확해 3층에서 김밥과 샌드위치 등을 만든다. 어린이집과 학교, 농업 관련 단체와 기관 등에서 찾아온 유료 프로그램 참가자가 지난 한 해 1만2000명을 넘었다.

도심 빌딩 빈 곳에 만든 스마트팜도 있다. 2024년 2월 중구 대흥동에 ‘쉘파스페이스’가 만든 스마트팜이다. 대전 구도심이 쇠락하면서 20년 넘게 공실로 남아있던 8층 건물의 8층(라운지)과 지하 2층(팜)에 조성했다. 팜은 재배실과 육묘실, 실험실과 성분 분석실 등으로 구성됐다. 이곳은 주로 농산물 생산 기술을 연구한다. 햇빛과 온도·급수 등 환경을 달리해 생육 상태와 성분 등을 분석, 최적의 재배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다. 딸기와 대마가 주요 대상이다. 이와 함께 대전시내 곳곳에는 봉봉농원 묘목카페, 그린에스텍, 그린팜㈜, ㈜에스엔, 이엔후레쉬㈜ 등 소규모 스마트팜이 조성돼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기후변화 위기와 농업 인구 고령화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고, 도심에서는 유휴공간 활용이 과제가 되고 있다”며 “도시 스마트팜은 첨단 농업 기술을 활용해 도시를 재생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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