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시선 분산이 원인”… 역발상 목회론 눈길

손동준 2026. 3. 1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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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사역연구소 세미나… 목회자·선교사 55명 3박4일 집중 훈련
사자 조련 비유로 목회 전략 설명… “15년 로드맵 필요”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가 16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월드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스크린에 ‘W.O.R.L.D.’라는 다섯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16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열린 제4회 월드사역 목회자 세미나 현장. 전국에서 모인 목회자와 해외 선교사들이 노트를 펼쳐 들고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단상 좌측에 앉은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가 이 키워드를 하나씩 짚으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 다섯 글자는 예배(Worshiping) 소그룹 공동체(Oikos) 지역사회 섬김(Reaching out) 생명 구원(Life giving) 제자훈련(Discipling)을 의미한다. 최 목사가 정립한 월드사역 모델은 교회의 핵심 사역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매년 하나씩 집중적으로 정착시키는 장기 목회 전략을 골자로 한다.

최 목사는 이날 목회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소진(번아웃)의 원인을 설명하며 ‘사자 조련’의 비유를 들었다. 그는 “본래 사자는 한 번에 한 마리의 사슴만 노리고 달려들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조련사는 의도적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사자를 지치게 만든다”며 “결국 사자는 힘을 쓰지 못하고 무력해지는데, 이것이 오늘날 목회자가 처한 현실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성도마다 교회에 기대하는 모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어떤 이는 예배를, 어떤 이는 선교를, 또 다른 이는 봉사나 교육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가 모든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려 사방으로 뛰다 보면 결국 집중력을 잃고 탈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월드사역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선택과 집중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교회의 본질적 사역을 다섯 축으로 정리하되 이를 매년 하나씩 차례로 정착시키고 5년 주기로 다시 순환시키는 구조다. 이는 한 가지 사역만 강조하는 방식도, 모든 사역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접근도 아니다. 다섯 영역을 순차적으로 세워 교회가 결국 모든 사역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이 모델은 교회 내부의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최 목사는 “예배 환경 개선을 원하는 목회자와 선교비를 늘리자는 장로 간의 교회 내 의견 충돌은 흔한 일”이라며 “그해에 집중할 사역 목표가 공동체 내에 분명히 세워져 있다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교회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가 16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월드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세미나 참가 대상을 ‘만 55세 이하 담임목사’로 제한한 대목에서는 월드사역의 거시적 안목이 드러난다. 5년 주기 사역을 최소 세 번, 즉 약 15년 동안 반복해야 교회 체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70세 전후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장기적 구조 변화를 끝까지 견인할 수 있는 목회자들을 선별한 셈이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실제 적용해 보니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50명 내외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데 300여곳의 교회가 신청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현지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해외 선교사들도 별도 정원으로 받아 외연을 넓혔다.

최 목사는 이 모델이 특정 대형교회만의 성공 공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경 속 예루살렘교회를 교과서로 삼아 각 지역 교회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목회 구조라는 설명이다. 규모가 작은 교회일지라도 월드사역의 원칙을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방법론보다 중요한 목회자의 태도를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최 목사는 “하나님이 보내신 교회와 성도를 향한 사랑이 분명하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보인다”며 “건강한 교회 세우기는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나아가는 순종의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영역별 실제 적용 방안을 논의하며 행사 이후에도 후속 세미나와 훈련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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