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시작부터 시끌...포스코·한화오션 긴장, ‘사용자성’ 관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초반부터 원·하청 교섭 현장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전국 원청 사업장 221곳에 하청 노조 407곳이 교섭을 요구했다. 시행 이틀째인 11일에도 하청 노조 46곳이 원청 사업장 27곳에 추가 교섭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이틀 누적 기준으로는 하청 노조 453곳, 조합원 9만8480명이 원청 사업장 24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제도 시행과 함께 요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현장에선 ‘누가 진짜 사용자냐’를 둘러싼 충돌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데 있다. 특히 하청 노조가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길이 열렸다. 문제는 법 시행만으로 현장 질서가 곧바로 정리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 교섭 의제, 교섭단위 분리, 교섭창구 단일화 등 쟁점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시행 초반 양상을 보면 파급력이 작지 않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첫날 교섭 요구에 나선 하청 노조 407곳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은 357곳으로 88%를 차지했다. 조합원 수는 6만7200명이다. 금속노조 9700명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HD현대중공업·한화오션·한국지엠 등 원청 16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건설산업연맹 1만7000명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에 교섭을 요청했다. 한국노총 하청 노조 42곳, 조합원 9200명도 포스코·쿠팡CLS·서울교통공사 등 원청 9곳에 교섭 요구에 나섰다. 노동부는 한국노총의 본격 참여와 민주노총의 추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교섭 요구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교섭 요구가 곧바로 교섭 개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경기 화성시 등 5곳뿐이었다. 시행 이틀째인 3월 11일에는 대방건설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현재까지 사실상 교섭 절차에 들어간 원청은 6곳이다. 나머지 사업장들은 스스로 사용자성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뒤 공고 여부를 정하거나,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교섭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시행령에 따르면 원청 사업장은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노조가 공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기본 10일에 연장 10일을 더해 최대 20일 안에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이틀 동안 39건이 접수됐다. 교섭단위 분리 여부는 노동위원회가 30일 이내 판단해야 하며, 재심이 제기되면 추가로 30일이 더 걸린다. 교섭 요구 이후 실제 교섭이 이뤄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구조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어디까지 분리할지, 또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다. 개정법 제2조 2호에는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어디까지를 ‘실질적 지배’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고 해서 모든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원청 사업장은 “우리는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도 공고 절차에는 들어갔지만, 실제 교섭 범위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 이후 결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원청의 실질 지배를 넓게 해석하려 하고, 기업은 계약 관계와 지휘 범위를 좁게 보려 한다.
임금이 교섭 의제가 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노동부는 임금 지급과 인상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 사이의 문제여서 특별한 근거 없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했다면 예외적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일부 노조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교섭 의제에 포함한 상태다. 결국 임금 문제는 원청이 노동 조건을 어디까지 좌우했는지에 따라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교섭창구를 둘러싼 갈등도 변수다. 같은 원청 아래 복수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누가 교섭대표 노조가 될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포스코 협력 업체 노조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로 나뉘어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까지 늘면서 이른바 ‘쪼개기 교섭’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조 입장에선 현장별·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별도 교섭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교섭 상대가 지나치게 늘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노동부가 6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개정법 해석지침, 원·하청 상생교섭절차 매뉴얼 등을 내놨지만, 경영계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일부 노조는 교섭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노사 간 분쟁이 우려된다”며 “법 시행 전에도 하청 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인 실력행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초기 사례로 거론되는 사업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 등에 방대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갖고 있어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 가늠할 기준점으로 꼽힌다. 한화오션 역시 조선업 특유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가진 사업장이라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시험할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쿠팡CLS는 물류·배송 노동환경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부산교통공사와 화성시, 대방건설까지 포함하면 제조업·조선업·물류·공공·건설을 가리지 않고 법 시행 영향이 번지는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이 공공 부문으로까지 확산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들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교섭 절차는 향후 산업 전반의 노사관계 변화 방향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모두 법적 대응을 예고한 점도 긴장감을 키운다. 기업은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노조는 사용자성이 부정되거나 교섭창구 단일화 결정이 불리하게 나올 경우 각각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부 산하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에도 사용자성 판단 등을 요청하는 안건 10건이 접수됐다.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부터 ‘원청이 어디까지 책임지느냐’를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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