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설교 준비 도와줘도, 무릎 꿇는 건 설교자 몫”
AI 시대 설교 본질 놓고 열띤 토론

“인공지능(AI)에게 설교 준비 시간을 아꼈다면 그 시간에 정말 무릎을 꿇고 있는가.”
16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 사당캠퍼스 주기철기념홀에서 열린 북콘서트 ‘설교자를 위한 마스터클래스’. 김희석 총신대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의 신간 ‘성경으로 설교하기’(생명의말씀사) 출간을 기념으로 열린 북콘서트 현장에서는 이 질문이 2시간의 토론을 관통했다. 김 교수의 구약 주해 방법론 강연으로 시작해 AI 시대 설교의 본질을 묻는 토론으로 달아올랐다. 김 교수를 비롯해 이정규(시광교회) 조영민(나눔교회) 김한원(로고스 바이블 전문가) 목사, 김수환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희석 교수는 자신의 8단계 구약 주해 방법론을 시편 88편으로 시연했다. 그는 88편을 “가장 어두운 시편”으로 소개했다. 탄식시의 전형적 구조인 하나님을 부름, 고난 묘사, 구원 요청, 신뢰 고백에서 마지막 신뢰 고백이 생략된 채 ‘나를 아는 자는 흑암뿐’으로 끝나는 것이 문학적 의도라고 설명했다. .

그는 “신뢰 고백을 생략함으로써 하나님께 정직하게 따져 묻는 기도를 허락하신 것”이라며 인자하심(헤세드)을 약속하신 하나님이 십자가에서 성자로부터 그 헤세드를 거두신 사건과 연결해 “88편은 그리스도의 노래”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신간 ‘성경으로 설교하기’는 이 방법론을 체계화한 책으로 특히 주제 흐름 분석과 정경 흐름 분석을 통해 흩어진 주해의 조각들을 계시의 점진적 발전 안에서 하나의 살아 있는 메시지로 꿰어내도록 돕는다. 구약 본문이 어떻게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 사건으로 수렴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토론에 불을 지핀 것은 김수환 교수였다. 그는 AI를 활용해 설교 시안을 뽑아본 경험을 소개하며 질문을 던졌다.
“설교 구조 잡기, 단어 분석, 초안 작성을 AI가 해줬다면, 우리는 그 아낀 시간에 정말 무릎을 꿇고 있나요. 교육계에서도 행정을 자동화해줬더니 교사들이 아이들 마음을 더 돌본다는 말을 아직 못 들었습니다.” AI 활용의 유익을 인정하면서도 ‘본질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희석 교수는 “본문 확정·번역, 역사적 정황, 단어 연구, 장르 분석 등 자료를 수집하고 준비하는 단계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본문과 직접 씨름하며 충격을 받고 은혜를 받는 단계는 양보할 수 없다. 하나님을 만난 경험 없이 결괏값만 가지고 만든 설교에서 정결한 은혜가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영민 목사는 실제 사례를 나눴다. 그는 “우리 교회 교역자들은 목요일까지 설교 개요를 제출한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은 그 말씀을 붙들고 성도들을 만나고 묵상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설교 대상을 깊이 알아가는 그 시간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설교자의 몫”이라고 했다.
김한원 목사는 “AI를 두려워 떨며 쓰지 않는 것도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모두 잘못”이라며 조언했다. 그는 또 “AI를 통제하려면 먼저 내가 갈고 닦여야 한다. AI가 내놓은 해석의 옳고 그름을 가릴 신학적 눈이 없으면 AI에게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규 목사는 장 칼뱅의 질문을 빌렸다. “왜 하나님은 완벽한 천사를 시켜 설교하지 않으시는가. AI도 마찬가지다. ‘내가 죄인이고 용납받은 사람입니다’라는 증언은,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존재가 전할 수 없다.”

김수환 교수도 “성도들은 설교자의 삶을 이미 알고 있다. 강단의 말씀이 진짜 삶에서 나온 것인지 성도들은 다 안다. AI를 쓰느냐 마느냐는 부차적 문제다. 내가 그 말씀을 진짜 경험했느냐가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석 교수는 “AI가 자료 찾는 판을 바꾼 이 시대, 설교자에게 진짜 요구되는 것은 더 치열하게 본문을 씨름하는 것과 깊은 기도, 성도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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