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명단' 메모 쓴 국정원 직원 "윤석열측, 돈·승진 제안하며 만나자 연락" 폭로

김종훈 2026. 3. 16. 19: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태용 직권남용 재판] 홍장원 "윤석열 체포 지시 보고했지만… 조태용 '내일 얘기하자'"

[김종훈 기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2025-01-22
ⓒ 남소연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통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달한 '이재명·한동훈 등 체포 명단' 메모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이 법정에 나와 전 대통령 윤석열씨 측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직무유기, 위증 등 혐의 공판에는 홍 전 차장의 보좌관이었던 이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윤석열 탄핵심판이 있던) 2025년 2월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보좌관으로부터 '내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을 돕고 있는데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 돈이면 돈, 승진이면 승진해줄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만남 요청을 거절했다. 이유에 대해 그는 "'홍장원 메모'가 언론 등에서 거론되던 시기라 그 메모(의 신빙성 등)를 부정하라고 얘기하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밤 11시 6분에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정치인을 체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 14명의 명단을 적었는데, 이후 이씨는 홍 전 차장 지시로 이 메모를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작성했다.

해당 메모는 윤씨 탄핵 심판과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이 영장 없이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해 영장주의를 위배했다는 혐의의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윤씨 측은 이 메모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는데, 뒤에서는 메모 작성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윤씨 측은 이날 공판 종료 후인 오후 7시 31분께 "(이씨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변호인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보좌관과 국정원 직원 간의 대화 내용에 불과하다"면서 "변호인단은 위와 같은 제안을 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입장을 냈다.

홍장원 "윤석열 체포 지시 보고했지만… 조태용 '내일 얘기하자'"

이날 국정원 직원 이씨에 이어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은 "전 대통령 윤석열씨로부터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보고했지만, 조 전 원장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 재판부 "피고인(조태용)이 당시 계엄 관련 중요 사안을 보고 받았는데도 구체적 지시를 안하고 액션을 취하지 않은 게 보고 받은 내용에 대해서 회피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건가?"

- 홍장원 "공무원들이 공직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보고에 대해 답변하거나 정책 결정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따른다. 제 주관적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조태용이) '더 이상 관련된 부분 개입 안하겠다는 거구나, 그래서 보고 안 받겠다는 거구나'로 이해했다."

구체적으로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 30분 조 전 원장 주재로 국정원 정무직 회의가 열린 뒤 조 전 원장을 독대해 윤씨로부터 받은 지시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당시 조 전 원장 반응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아래와 같이 진술했다.

"특별한 반응을 안 보였고,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 하니까 '내일 아침에 얘기합시다'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에게 '최소한의 업무지시는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 전 원장이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옮기자 자신도 그대로 사무실을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조 관련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진술했고, 그날 오후 2시부터 4시 45분 사이에 자신의 비화폰에 원격 삭제 조치가 이뤄졌지만 당시에는 이를 몰랐다고도 했다.

홍 전 차장은 당일 오후 7시께 경질 통보를 받으면서 비화폰을 반납했는데, 그전까지 일시적으로 비화폰을 분실한 적이 없고,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이 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호처 직원들은 조 전 원장과 박종준 경호처장이 국회 정보위 보고 이후 '홍 전 차장이 연락이 안 된다'며 비화폰 원격 삭제를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 것이다.

또한 홍 전 차장은 윤씨의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을 체포해 방첩사 구금시설로 감금 신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직감적으로 친위쿠데타라고 생각했다. 상황에 비춰볼 때 이해할 수 없어서 옳지 못하다고 그때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선포 계획과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홍 전 차장의 보고를 국회에 알리지 않는 등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그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초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