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거래 줄이나…자유업 끝나는 미술시장, 화랑·경매 7월 신고제
정부는 '투명성', 현장은 정보 노출·감정 기준 변화에 촉각
비공개로 움직이던 미술시장에 처음 국가가 서류를 들이민다. 오는 7월 26일부터 화랑과 경매, 자문, 대여·판매, 감정, 전시까지 미술서비스업 6개 업종이 신고 대상이 된다. 정부는 시장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를 말한다. 하지만 시장이 먼저 묻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어디까지 내야 하나. 누구에게 보여야 하나.

16일 미술계에 따르면 미술서비스업 신고제는 2023년 제정된 미술진흥법에 따라 오는 7월 26일부터 시행된다. 대상은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6개 업종이다. 지금까지 별도 신고 없이 운영되던 미술 유통 관련 업종이 앞으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신고증을 발급받는 체계로 들어간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미술시장은 거래 규모와 유통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감정과 유통, 책임 구조도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작품 가격은 높아졌고 시장은 커졌는데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다. 문체부가 시행을 앞두고 업계 간담회를 열어 하위법령 설명과 의견 수렴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신고제는 화랑과 경매업만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 미술서비스업 신고제와 함께 통합정보 제공 체계, 감정서와 진품증명서 양식, 소비자 보호 장치까지 함께 정비하려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정부로서는 '누가 거래하고, 무엇을 어떻게 증명하는가'를 좀 더 분명한 틀 안에 넣겠다는 뜻이다. 거래 신뢰를 높이고 시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문제는 미술시장이 공산품 시장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도, 거래 상대도, 소장 정보도 대개는 조용히 오간다. 특히 이른바 프라이빗 세일은 시장의 핵심 문법 중 하나다. 전화 한 통, 소개 한 번, 오래 쌓인 신뢰로 거래가 성사되는 시장에 신고제가 들어오면 달라지는 것은 행정 절차만이 아니다. 거래의 문법 자체가 바뀐다.

이재민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미술품 유통체계가 완전히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 데다, 미술품 등록제가 없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시장 안에도 경매, 갤러리 중개, 개인 간 거래 등 여러 유형이 공존하는 만큼 일률적인 접근보다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화랑협회도 신고제 자체에 대한 전면 반대보다는 제도 설계의 방향과 세부 기준을 더 민감하게 보고 있다. 백동재 한국화랑협회 정책이사는 "신고제는 이미 법에 들어가 있는 만큼 제도 자체를 되돌리는 문제라기보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은 신고 요건이 초기 우려보다는 완화됐지만, 결국 핵심은 하위법령과 고시 단계에서 어떤 기준이 만들어지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가 더 예민하게 보는 것은 개인 거래 정보가 어디까지 행정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지, 또 감정과 시가감정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라며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제도 취지와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이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프라이빗 세일과 감정 문제다. 미술시장의 상당수 거래는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 화랑업계가 '신고제 자체'보다 '무엇을 어디까지 내야 하느냐'에 예민한 이유다. 업계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방 정보나 작품 가격, 소장 이력 같은 요소들이 단순한 행정 정보가 아니라 영업의 핵심 자산으로 여겨질 수 있다.
김정숙 한국화랑협회 홍보이사는 "처음에는 신고제가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다만 프라이빗 세일은 손님들이 노출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협회가 더 민감하게 보는 건 감정과 시가감정 문제"라며 "미술품은 데이터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협회가 축적해온 감정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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