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 취소’하면 다음은?…파기환송·재심 놓고 법원 혼선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에서 재판을 ‘취소’할 경우 후속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행 법률에는 취소 결정 이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헌재에서는 재판취소 인용 결정 후 즉시 직전 재판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보지만, 법원에서는 추가 입법 없이는 이같은 구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취소 즉시 효력 상실 ‘파기환송’, 효력 유지 ‘재심’

이 때문에 재판취소 후의 절차는 ‘취소’에 뒤따르는 헌재의 주문(主文)이 어떤 형식으로 내려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별도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취소 이후 절차에 대해 ’파기환송’ 모델과 ‘재심’ 모델 중 하나로 이해하자는 시각도 있다. 기존 소송법 체계에서 재판을 뒤집는 대표적인 두 절차다. 두 모델을 차용할 경우 큰 틀에서는 “사건을 ○○법원에 환송한다”(파기환송) 또는 “재심을 개시한다”(재심)는 식의 주문이 예상된다.
둘의 차이는 이전 재판의 효력 발생 시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만일 재판 취소 후 절차를 ‘재심’이라고 본다면, 새로운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종전 재판의 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파기환송’ 구조에서는 헌재의 재판 취소만으로 법원 기존 판단은 효력을 잃는다.
예컨대 실형을 선고받은 A씨는 재심 구조에서라면 헌재의 재판 취소만으로 석방되지는 않는다. 재심 절차가 개시된 뒤 재심 재판부가 형집행정지 등을 결정해야 풀려난다. 반면 파기환송 구조에서는 헌재의 재판 취소 직후 기존 판결의 효력이 사라져 A씨는 바로 석방된다.
헌재는 독일식 파기환송 구상, 법원은 “입법 필요”

그러나 “파기환송 모델은 현행법 체계와 어긋난다”(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법원 내부에서는 법 개정 없이 재판취소를 ‘파기환송’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독일과 달리 한국의 민·형사소송법은 헌재의 재판 취소 후 결정을 ‘환송’으로 규정해두지 않아, 파기환송 모델은 기존 소송법 체계와 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존 법제와 충돌을 막으려면 각각의 소송법들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취소 후 재판을 맡게 될 법원에서는 내부에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16일 오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글을 올리고 “아직 법리적으로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제도가 안정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만간 헌재 등 관계기관들과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헌재는 20일 산하 헌법실무연구회에서 ‘재판소원 적법 요건 심사방안’을 주제로 내부 발표회를 진행한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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