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파견 요청 의미, 트럼프는 지금 당황하고 있다

정주진 2026. 3. 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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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참모들도 모르는 전쟁,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입... 불확실성 높이는 심각한 문제

[정주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 도착한 모습.
ⓒ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이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과를 위해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등의 "팀 노력(team effort)"이 필요하다며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어느 국가와 어떤 협의도 되지 않은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요청이었지만 "군함을 보낼 것이다(will be sending War Ships)"라며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썼다.

다음날인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짧은 전화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혜택을 보는 국가들이 그곳에서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돕는 건 당연하다"면서 전날의 요청을 다시 강조했다. 특히 나토 국가들에게는 미국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왔다는 것을 언급하며 노골적인 경고를 보냈다. 그는 "만일 아무런 답이 없거나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면 나토의 미래는 아주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특정해줄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어떤 것이든(whatever it takes)"이라고 답했고 이어서 기뢰 제거선 등 유럽이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밝힌 요구는 날벼락과 같았고 전 세계 언론이 이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중동지역 전체로 확산했고, 레바논 또한 이스라엘의 목표물이 돼 전면전에 휘말린 상태에서 명확하게 '군함'을 언급한 그의 말은 전쟁 확산을 개의치 않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나토 유럽 회원국들에 "어떤 것이든"이라고 언급한 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 해결과 관련해 미국의 계획이 불분명한데도 다른 국가들을 압박한 것으로 들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확산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지, 과연 전쟁과 관련된 '목표'나 '시간표'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의문을 가지게 했다.

3주째에 접어든 이란 전쟁, 전 세계가 제기하는 의문

이란 공격과 관련해 지금까지 전 세계가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건 향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전쟁이 중동지역 전체로 확산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가격 인상으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지만 미국의 전쟁 목표가 이란의 정권 교체인지 붕괴인지, 핵개발 능력 말살인지, 아니면 친미 정권 수립인지 여전히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사회관계망에 올리는 포스팅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상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이란 전쟁 3주째에 접어든 지금 전 세계가 제기하는 의문은 트럼프 대통령조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때문에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없이 그때그때 상황의 변화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을 위해 갑자기 여러 나라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은 이런 의문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정말 여러 국가가 군함을 파견한다면 그것은 전쟁 확산을 의미하고 이는 곧 미국이 전쟁의 늪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입고 있는 타격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얼마나 무모하게, 그리고 준비 없이 이란을 공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14일 CNN은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여러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안보팀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다른 보도에서 CNN은 한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전쟁 준비 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 년 동안 NSC 규모가 매우 축소됐고 이란 공격과 관련해 정부 전체의 의견이나 우려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한 예로 재무부와 에너지부 장관들이 전쟁 준비 회의에 참석했지만 친밀한 참모들에만 기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인해 관련 사안에 대한 분석이나 예상 등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됐다. 그 결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관련한 부처 간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우왕좌왕?
 2026년 3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 해상을 항해하는 유조선들.
ⓒ 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까지 성공한 군사 작전들을 언급하며 NSC 절차가 약화됐다는 CNN의 보도에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외교 성명을 내고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보고서가 필요하지 않다, 대통령은 최고 참모들이 제공하는 사실과 정보에 기초해 통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주장과는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한 군사작전은 아주 예외적이었던 베네수엘라 사례밖에 없다. 이란 공격 후에 베네수엘라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예외적인 사례에 여전히 스스로 지나치게 고무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예상치 못한 전개에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증명하는 한 사례가 러시아 원유 수출 제재의 일시적 해제다. 12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러시아 원유 수입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가격 급등을 완화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재정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조치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의 원칙적 입장과 모순되고 유럽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조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충분한 분석과 준비 없이 전쟁을 감행했고 예상에서 많이 빗나간 상황에 직면했음을 잘 말해준다.

실제로 13일 G7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6개국 정상이 참석한 회의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무슨 이유로든 제재 완화는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적 결정은 유럽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우려되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폰 데어 레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같은 톤과 내용으로 미국의 결정에 반발했다.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결정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국가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 또한 전쟁 상황이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점에 대해 당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조차 예상할 수 없고 시간표가 없는 전쟁에 전 세계가 휘둘리고 인질처럼 잡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정제되지 않고 심지어 참모들과도 조율되지도 않은 듯한 발언을 쏟아내며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현실 부인

정제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우려가 되는 건 전쟁에 대한 오판과 현실 인식의 부족을 드러내는 듯한 것들이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후 오히려 결집하고 있는 이란이 결사 항전을 천명하면서 전쟁 종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상황에서 그는 사회관계망 게시물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의 승리와 이란의 항복을 자신하며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

13일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냐는 폭스 뉴스의 질문에 그는 "내가 뼛속까지 느낄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그의 핵심 참모들이 제대로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트림프 대통령)는 항상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한 한 트럼프 대통령 자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13일 이란 원유 수출 핵심 터미널인 하르그섬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NBC 뉴스에 한 말 또한 세계를 인질로 잡고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그의 현실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는 하르그섬이 "완전히 파괴했다"며 "재미를 위해(for fun) 몇 번 더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고 비도덕적인 발언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는 전 세계를 우롱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3월 15일 기준으로 이란의 사망자는 1300명 이상이고, 유엔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피란민은 약 320만 명이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전면전이 계속되고 있는 레바논의 사망자는 레바논 정부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약 850명이고 이중 어린이는 107명이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집계에 따르면 피란민은 약 1백만 명이다. 다른 중동지역 국가들에서도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모든 숫자는 이번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 미군 사망자는 15일 기준으로 13명이다. 이중 이란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7명이고 나머지 6명은 공중 급유기 사고로 사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고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전쟁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시작된 정의롭지 않은 전쟁인 것에 더해, 갈수록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는 건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할 당위성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전쟁이 가져온 경제적 파장과 물가 인상 압박 또한 전 세계 빈곤층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확신과 자신감에 빠진,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온갖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을 부추기고 불확실성을 높이며, 다른 한편으로 피로감을 주고 있다. 이것이 전쟁에 더해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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