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7세 고시 금지, 사교육비 감소...데이터가 경고하는 것

박창현 2026. 3. 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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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유아 사교육의 현실과 남은 과제... 90%를 위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박창현 기자]

▲ AI로 생성한 영어학원 유치부 수업 장면 초상권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영어유치원 수업 장면.
ⓒ 박창현
3월 12일, 같은 날 두 가지 일이 있었다.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가 '2025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국회 본회의에서는 '4세·7세 고시 금지법'으로 불리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하나는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5년 만에 감소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원 입학시험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소식이다. 이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국 사교육 문제의 현주소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함께 보인다.

무엇이 금지되었나

개정안의 핵심은 학원설립·운영자 등이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 목적의 시험·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등록 후 보호자 동의하의 관찰·면담은 예외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교육부, 2026). 겨냥한 것은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려 온 영어학원 유치부 등의 입학시험 관행이다. 교육부 '2024년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가정양육 유아 중 반일제(3시간 이상) 학원 참여자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45만 4천 원, 영어학원 유치부는 154만 5천 원, 놀이학원은 116만 7천 원이었다(교육부, 2025a). 이 수치가 사회적 공론화에 불을 붙였다.

유아기에 학원 입학시험이 관행화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를 법으로 금지한 것은 의미 있는 조치다. 다만, 이 법이 유아 사교육 문제의 더 넓은 지형 속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현실 인식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데이터로 보는 유아 사교육의 실제 규모

154만 5천 원이라는 수치가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 금액은 유아 사교육의 전체 그림이 아니라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육아정책연구소 '2024 영유아 주요 통계'에 따르면, 만 3~5세 유아 924,057명 중 유치원·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는 832,928명으로 전체의 90.1%에 달한다. 나머지 약 9.9%, 약 91,000명이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이 가운데 반일제 학원을 주된 기관으로 이용하는 유아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며, 이 수치에는 영어학원 유치부뿐 아니라 놀이학원 등 모든 유형의 학원이 포함되어 있다(교육부, 2025b).

154만 5천 원은 바로 이 소수에 해당하는 가정의 평균이다. 물론 소수라고 해서 문제가 아닌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수치가 유아 사교육의 보편적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 정작 다수의 아이들이 놓인 현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이번 법이 첫걸음이라면, 다음 걸음은 나머지 90%를 향해야 한다.

전체 윤곽을 보면 상황이 좀 더 선명해진다.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이고, 참여유아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 2천 원이다(교육부, 2025a). 이 47.6%에는 월 몇 만원짜리 방문학습지, 주 1회 피아노 레슨, 태권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소득에 따른 격차는 뚜렷하다.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1인당 월평균이 32만 2천 원인 반면, 300만 원 미만 가구는 4만 8천 원으로 약 7배 차이가 난다. 다만 이 조사는 아직 국가승인통계가 아닌 시험조사여서, 표본설계의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아 대표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는 향후 국가승인통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뉴시스, 2025).

어린이집·유치원 안의 또 다른 사교육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영역이 있다. 어린이집 특별활동 참여율은 66.2%, 유치원 특성화프로그램 참여율은 72.5%에 이른다(교육부, 2025b). 이 비용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도,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공적 기관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학부모가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는, 공교육과 사교육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사각지대다.

규모를 따져보면 결코 적지 않다. 83만 명이 이용하는 유치원·어린이집 안에서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고 있으니, 55만 명 이상이 이 특별활동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번 학원법 개정안이 전체 유아 중 2.5%에 해당하는 반일제 학원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55만 명이 참여하는 기관 내 특별활동의 질 관리와 비용 투명성 문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초중고 사교육비, 줄었다는 숫자의 이면

같은 날 발표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함께 읽어야 전체 맥락이 보인다. 국가데이터처·교육부 '2025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국가데이터처·교육부, 2026). 5년 만의 감소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 8천 원으로 3.5% 줄었고, 참여율도 80.0%에서 75.7%로 4.3%p 떨어졌다. 다만 이 금액은 물가 상승분이 포함된 명목 금액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총액이 줄어든 배경은 하나가 아니다. 먼저 학생 수가 513만 명에서 502만 명으로 12만 명 줄었다. 저출생에 따른 구조적 감소다. 여기에 실질 GDP 성장률이 1.0%대로 급락하면서 경기 침체의 충격이 중하위 소득층에 집중됐다. 월소득 300~400만 원 가구의 사교육비는 11.0% 급감한 반면, 800만 원 이상 가구는 2.1%를 줄이는 데 그쳤다. 늘봄학교 확대가 초등 저학년의 보육 목적 사교육 수요를 일부 흡수한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눈여겨봐야 할 수치는 따로 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만 놓고 보면 1인당 월평균이 60만 4천 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2.0% 올랐다. 명목 기준 역대 최고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 비중은 20.0%에서 24.3%로 늘어났고, 동시에 월 100만 원 이상 쓰는 비중도 11.3%에서 11.6%로 올랐다. 그 사이 20~70만 원 구간은 전부 줄었다. 중산층이 사교육에서 빠져나가는 사이, 양 끝단은 오히려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교육비 감소는 사교육 열풍이 꺾였다는 신호가 아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교육 양극화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유아에서 고등학교까지, 격차는 이어진다

유아사교육비 시험 조사와 초중고 조사를 나란히 놓으면, 격차의 전체 그림이 드러난다. 유아기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는 약 7배다.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1인당 32만 2천 원을 쓰는 반면, 300만 원 미만 가구는 4만 8천 원에 그친다(교육부, 2025a). 초중고에서는 이 격차가 약 3.4배(66만 2천 원 vs 19만 2천 원)로 나타난다(국가데이터처·교육부, 2026). 배수로 보면 유아기의 격차가 더 크고, 절대 금액으로 보면 초중고의 격차가 더 크다. 어느 쪽으로 읽든, 유아기에 벌어진 격차가 초등 입학 시점의 출발선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누적된다는 구조는 같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5세 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81.2%이고, 초등 1학년의 참여율은 83.9%다(교육부, 2025a; 국가데이터처·교육부, 2026). 두 수치는 사실상 하나의 흐름이다. 유아기에 만들어진 사교육 참여 패턴이 끊기지 않고 초등학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하다. 서울 고등학교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05만 4천 원인 데 비해, 읍면지역은 58만 5천 원이다. 성적에 따른 격차도 눈에 띈다. 고등학생 중 성적 하위 20%의 사교육비는 11.9% 급감한 반면, 상위 10%는 0.7% 줄이는 데 그쳤다.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사교육에서 빠르게 빠지고 있다.

한편 사교육 수강 목적 1위는 여전히 '학교수업 보충'(49.5%)이다(국가데이터처·교육부, 2026).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부모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번 학원법 개정안이 유아기 경쟁의 한 고리를 끊은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유아기에서 초등, 중등,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격차의 구조 자체를 바꾸려면, 이 법 하나로는 부족하다. 후속 정책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야 할 길

이번 법은 불필요한 경쟁 관행을 없앤 것이다. 동시에 더 좋은 공적 선택지를 만드는 접근이 함께 가야 한다. 유보통합 이후의 교육 과정이 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질을 보여줘야 하고, 늘봄학교가 시간적 돌봄을 넘어 교육적 질을 갖춰야 하며,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격차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학 서열에 의존하지 않는 다원적 진로 경로의 확보,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완화가 사교육 수요의 구조적 감소로 이어진다. 규제의 바퀴만으로는 사교육 수요라는 무거운 수레를 멈출 수 없다.

다음의 사회개혁은 교육개혁이다

시험이 없어져도, 월 154만 원을 쓸 수 있는 가구와 4만 8천 원을 쓰는 가구 사이의 격차는 그대로다. 이 격차가 초중고로 누적되면서 아이들의 출발선이 가구 소득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154만 원짜리 영어유치원을 규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손쉬운 선택이지만, 83만 명이 이용하는 공적 기관의 질을 높이는 것은 예산과 인력과 시간이 드는 어려운 선택이다.

사교육 논쟁이 '누구를 비난할 것인가'의 정치로 흐르면,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린다. 영유아 정책의 중심에는 늘 아이가 있어야 한다. 부족한 것은 진단이 아니라 실행이다. 대통령께 제안한다. 다음의 사회 개혁은 교육 개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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